피자가게에 전화·주문 쇄도…별점 리뷰 호평도 잇따라
한부모 아빠에 피자 선물해 '돈쭐'나는 사장님…"얼떨떨하네요"
실직 후 딸 생일을 맞은 한부모 아빠에게 공짜 피자를 선물한 인천 한 피자 가게에 '돈쭐'(돈과 혼쭐의 합성어) 세례가 이어지고 있다.

13일 오전 찾은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 한 치킨·피자 가게는 본격적인 영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전화벨 소리가 계속해서 울렸다.

점주 황진성(32) 씨는 오전 10시께부터 끊임없이 쏟아지는 전화에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프랜차이즈 본사 직원 2명도 영업과 식재료 수급을 도우러 나온 상태였다.

비좁은 동네 골목의 작은 가게에 갑작스러운 전화와 주문 행렬이 이어진 것은 전날 늦은 저녁부터다.

실직 후 7살 딸의 생일을 맞은 한부모 아빠에게 공짜 피자를 흔쾌히 선물한 황씨의 사연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이후다.

황씨는 지난 주말 배달 애플리케이션으로 피자 주문이 들어왔을 당시를 떠올렸다.

'7살 딸을 혼자 키우는데 당장 돈이 없다'며 '기초생활급여를 받는 20일에 바로 돈을 드리겠다'는 한부모 아빠의 간절한 메모가 있었다.

이를 본 황씨는 '만나서 카드 결제'로 돼 있던 주문을 전표에 '결제 완료'로 바꾸고 서비스로 치즈볼을 함께 넣어 피자를 배달했다.

피자가 담긴 박스에는 '부담 갖지 마시고 또 따님이 피자 먹고 싶다고 하면 연락 주세요'라며 짤막한 메모도 남겼다.

이 지점을 운영한 지 1년 6개월째라는 황씨는 "이전에도 우리 가게에서 2번 시켰던 손님이었다"며 "주문을 본 순간 그냥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짧은 메모라도 전달할까 싶어서 아르바이트생한테 시켜 글을 적은 것"이라며 "별 생각 없이 했던 일인데 막상 지나고 나니까 '다른 걸 더 드릴걸' 이런 마음이 들더라"고 덧붙였다.

한부모 아빠에 피자 선물해 '돈쭐'나는 사장님…"얼떨떨하네요"
황씨는 "하루에 전화가 많이 와 봐야 10통인데 어제부터 전화가 쏟아져서 너무 얼떨떨하다"며 "아침부터 야채 손질을 많이 해둬야 할 것 같아서 빨리 나왔다"고 웃었다.

이 같은 사연이 알려지자 한 지도 애플리케이션 리뷰란에는 돈쭐을 예고하는 댓글이 이날 오전 기준 900개 가까이 달렸다.

시민들은 선(先)평점 후(後)주문을 하겠다거나 오후에 피자 6판을 사러 가겠다며 일명 바이콧(buycott)에 나섰다.

선행을 독려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이 같은 돈쭐 사례는 최근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에는 형편이 어려운 형제에게 공짜 치킨을 준 마포구의 한 식당에 주문이 밀려들면서 가게가 영업을 임시 중단하기도 했다.

서울 마포구 한 파스타 가게도 지난 2019년부터 결식 아동들에게 공짜로 음식을 제공한 사실이 알려져 시민들의 격려가 쏟아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