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도적 전쟁범죄, 민법 손배 청구권 '3년 시효' 적용 배제해야"
"일본 전범기업 손해배상 '소멸시효' 없애야" 특별법 청원(종합)
민법의 손해배상 청구권 '3년 시효' 규정이 일본 전범 기업들에 면죄부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해 광주 시민사회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단법인 일제 강제동원시민모임(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11일 광주시의회 시민 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권력이 관여하거나 식민 지배와 직결된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상 소멸시효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모임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소멸시효' 제도가 일제 전범 기업에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특별법 제정에 나서 주세요!'라는 청원을 올렸다.

"일본 전범기업 손해배상 '소멸시효' 없애야" 특별법 청원(종합)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일제 전범 기업의 불법 행위를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피고 일본 기업들은 3년이 다 되도록 법원 명령을 거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판결에 대한 보복성으로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했다.

시민모임은 "가해자들이 판결을 모독하고 조롱하는 사이 고령인 피해자들은 세상을 떠나고 있다"며 "자칫 오는 10월 30일 이후에는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 제기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고 호소했다.

민법 제766조 1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고 돼 있다.

광주고법 민사2부(최인규 부장판사)는 2018년 12월 조선여자근로정신대 동원 피해자 김재림·양영수 씨 등 4명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가 권리를 행사하기 어려운 장애 사유가 있었기 때문에 시효를 정지하고 소멸 시효 기산점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난 2018년 10월 30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012년 5월 24일 한일 청구권 협정과 무관하게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이 유효하다는 대법원 파기환송심 판결이 났지만 피고 일본 기업이 판결을 수용하지 않고 환송심과 재상고심에서 계속 법적 다툼을 벌였기 때문에 2018년 10월 30일 전원합의체 판결이 확정되고서야 장애 사유가 해소됐다고 봤다.

2018년 12월 김영옥 씨 등 2명의 항소심에서도 광주지법 민사2부(김성곤 부장판사)가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문제는 권리 행사 장애 요인이 해소됐다고 보고 소멸 시효를 2018년 10월부터 3년으로 보게 되면 다른 피해자들의 소송 제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전범기업 손해배상 '소멸시효' 없애야" 특별법 청원(종합)
'대일항쟁기 강제 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 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조사한 피해자는 총 21만8천639명으로, 이 중 일본 기업에 동원된 노무 동원 피해자는 14만8천961명에 달하나 전범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원고는 1천여명(0.7%)에 불과하다.

시민모임은 "국제인권법 조류는 전쟁범죄 및 반인도적 범죄의 경우 효과적인 구제를 받지 못하는 한 소멸시효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현행 소멸시효 규정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반인도적 불법 행위를 저지른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을 기회는 영원히 봉쇄될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시민모임은 "광복 76년이 지났지만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들은 반성의 기미조차 없다.

소멸시효 문제로 소송이라는 지렛대마저 사라지면 강제 동원 문제 해결은 더욱 요원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모임은 국민청원을 시작으로 입법청원 운동에 나섰으며 정치권에도 특별법 제정에 앞장서달라고 촉구했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박성인 부장판사는 '대법원판결이 파기환송을 거쳐 2018년 10월에야 확정됐지만 최초에 판결이 난 2012년 5월 권리 행사 장애 사유가 해소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강제노역 피해자의 소송을 기각했다"며 "반인도적 전쟁범죄에 대한 소멸시효 배제 입법이 절실한 이유"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