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과정서 분양권 인정기준일 미뤄지자 매매계약 급증
막판 원룸텔 매매 집중…"정부 정책 일관성 필요"
공공재개발 영등포역 일대 투기판…'지분쪼개기' 속출

'2·4 부동산 대책'으로 공공주택 복합개발(공공재개발) 1차 선도사업 후보지가 된 서울 영등포역 일대에서 재개발 이익을 노린 '지분 쪼개기' 의심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1일 국토교통부의 부동산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영등포구 영등포동에서 2·4 대책 발표 이후 지난 6월까지 체결된 연립·다세대주택 매매계약은 모두 28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0건)의 2배 가까이 늘었다.

이 가운데 22건(78.6%)이 6월 중하순 20일 남짓한 기간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다세대주택 1곳에서 하루 2∼3건이 계약된 사례도 있었다.

이는 우선공급권(분양권) 부여 기준이 입법 과정에서 변동된 틈을 타 가족이나 지인 등을 동원해 명의를 나눈 수법이라는 게 부동산업계 설명이다.

◇ 분양권 기준일 늦춰지자 '수상한' 계약 집중
정부는 2·4 대책을 발표하면서 분양권을 노린 세력들이 뒤늦게 재개발 대상 지역 부동산을 구매하는 행위를 막고자 대책 발표일인 4일 이후 주택 등 부동산 취득자에게는 입주권을 주지 않고 현금 청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국회 국토교통위는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 등 입법 과정에서 해당 법안의 국회 본회의 의결일까지 이전 등기를 마치면 분양권을 인정해주는 방향으로 세부 내용을 수정했다.

이 소식은 6월 15일께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졌고, 관련 법안은 같은 달 29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문가들은 영등포동 일대 다세대주택 매매계약이 6월 중하순에 집중된 이유가 이 같은 기준 변경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이 지역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분양권 인정 기간이 늘어난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지역 건물주들을 중심으로 '입법 전 빨리 명의를 나눠놔야 한다'는 얘기가 돌았다"며 "6월 말에 계약이 쏟아진 이유가 무엇이겠느냐"고 했다.

그는 "매매 사례들을 보면 원룸텔 형태 건물 소유주 1명이 호실을 하나씩 나눠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매도한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보인다"라며 "주택 소유자 명의 1개당 분양권 1개가 나온다는 점을 악용한 '지분 쪼개기' 수법"이라고 했다.

실제로 매매가 이뤄진 부동산 대부분은 전용면적 12∼40㎡대 원룸이었다.

건물주 1명이 모두 소유하던 원룸들이 이 기간 돌연 하나씩 쪼개져 각각 다른 사람 명의로 넘어갔다.

한 건물에서 2∼3일 간격으로 여러 건의 계약이 체결된 사례도 다수 있었다.

이 지역의 한 원룸텔은 6월 22일 하루 동안 7평짜리 원룸 3개를 각각 다른 사람에게 매도하기도 했다.

모두 통상적인 부동산 거래와는 거래가 먼 사례들이다.
공공재개발 영등포역 일대 투기판…'지분쪼개기' 속출

◇ "정책 바뀌자 투기세력 준동…보완책 마련해야"
공공재개발 정책이 '투기 근절'과 '공공성 강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입법 과정에서 분양권 인정 기준일이 바뀌고, 이를 틈 탄 일부 투기세력이 단기간 투기성 매매를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책 취지가 이미 퇴색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보상 기준일 선정은 신중히 이뤄져야 하는데, 국회가 명확한 근거나 의견수렴 없이 돌연 이를 변경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투기꾼들이 끼어들 여지를 마련해 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의 주요 내용이 일관성 없이 바뀌면 정책 취지는 훼손되고 민간 주도 재개발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진정 집값 안정을 원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1차 선도사업 후보지인 영등포역 일대에서 발생한 투기 움직임을 방치한다면 향후 공공재개발에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며 보완책을 통해 투기를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인 이강훈 변호사는 "내부 정보를 이용한 게 아니라면 현행법상 지분 쪼개기 등 투기행위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며 "투기 피해가 누구에게 얼마나 발생했는지 산정하기도 어려워 민사 대응도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투기를 막는 확실한 방법은 정부가 정책을 통해 명확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후보지 선정 후 등기가 이전된 다세대 주택에는 분양권을 제한하는 등 보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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