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요양병원 참사 되풀이 안 되길"…월 2∼3회 영세 시설서 소방안전교육
기도 막힌 노인 생명도 살려…"봉사란 문 열고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일"
[#나눔동행] 퇴근길 요양시설서 노인들 대피 훈련하는 소방관 김병현씨
"드디어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해 다시 요양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쁩니다.

"
경기 구리소방서 갈매119안전센터 화재진압팀 김병현(51) 팀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심해지면서 외부인 출입이 제한돼 그동안 너무 답답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2년 요양원에서 청소와 전기설비 수리 등의 허드렛일을 하며 봉사활동을 처음 시작한 그는 2014년 전남 장성 요양병원 참사 뉴스에 놀라 소방안전교육을 하기로 봉사활동의 방향을 바꿨다.

그때부터 김 팀장은 자신의 거주지인 경기 남양주시 관내 요양시설 7∼8곳을 분기별로 돌며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장성 참사 소식을 보고 그런 일이 또 되풀이되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소방서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하고 전문적인 인력도 부족한 영세한 시설을 위주로 다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양시설의 직원들이 자주 바뀌고 매번 새로 입소하는 노인들이 있어 최소 분기마다 방문해야 마음이 놓인다고 한다.

주로 밤샘 교대근무를 마친 퇴근길 요양시설에 들러 김 팀장이 하는 일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소화기·소화전 사용법과 심폐소생술 등을 알려주는 '소소심' 교육과 화재 대피 훈련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어떻게 침상에서 내려 안전하게 밖으로 대피시키는지와 같은 요령은 모두가 집중하는 교육 내용이다.

그는 "머리 아래에 베개를 받치고 상체부터 안아주는 듯이 침대 밑으로 내려야 하는데, 훈련이 안 돼 있으면 어려운 부분"이라면서 "부상을 걱정해 대피를 빨리 못 시키다 보면 불 때문에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는 만큼 늘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어 "봉사활동을 다니는 요양원 한 곳에서 화재경보기가 실제로 울렸는데 2분 만에 모든 사람이 대피를 완료했다는 후기를 전해들었다"면서 "다행히 경보기 오작동이었다고 하는데, 평소 훈련한 보람이 있어 참 뿌듯했다"고 전했다.

소방관 제복 차림의 그가 오는 날이면 노인들과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의 말을 경청한다.

처음에는 공무원이 방문한다는 사실을 불편해하는 분위기도 있었으나, 이제는 요양시설 사이에 입소문이 나 알음알음으로 섭외 요청이 올 정도다.

[#나눔동행] 퇴근길 요양시설서 노인들 대피 훈련하는 소방관 김병현씨
1998년 소방에 처음 입문한 이래 봉사활동을 하다가 잊지 못할 경험도 했다.

여느 때처럼 안전교육을 마친 뒤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는 찰나 요양시설 직원들이 김 팀장을 다급하게 부르며 뛰어왔다.

그 소리에 놀라 방으로 달려갔더니 90대 할아버지가 음식을 먹다가 기도가 막혀 의식을 잃기 직전 상태에 놓여 있었다.

그가 평소에 교육했던 기도 폐쇄 시 응급 처치 방법인 '하임리히법'을 직접 실시했고, 몇 초 뒤 노인의 입에서는 굴 덩어리 하나가 툭 튀어나왔다.

노인을 포함해 시설 내 모든 사람이 김 팀장 덕분에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 경험은 김 팀장에게도 소중한 기억이 돼, 여러 해가 지나 노인이 끝내 임종을 맞이하게 됐을 때 직접 빈소에 찾아가기도 했다고 한다.

오랜 기간 봉사활동을 해온 그에게 봉사란 어떤 의미일까.

그는 "봉사란 거창한 것이 아닌 '문을 열고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일단 들어가면 그 안에서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이 다 있으니 나는 문을 열고 '저 왔어요'라는 말 한마디만 하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한 달에 두세 번씩 그냥 어르신들 뵈러 간다는 생각으로 간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나눔동행] 퇴근길 요양시설서 노인들 대피 훈련하는 소방관 김병현씨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