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영상통역' 늘고 마스크 착용에 어려움 심화
수어통역 늘었지만…코로나로 청각장애인 소통 불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출장 수어통역 서비스가 안 된다고 해서 혼자 병원에 갔어요.

의료진에게 '진료 내용을 종이에 써달라'고 했는데, 핵심 단어 외 정확한 설명은 적어주지 않았어요.

답답해서 울고 말았습니다.

"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어통역'이란 단어가 비장애인에게도 낯설지 않게 됐다.

장애인 인권단체의 문제 제기와 국가인권위 권고로 정부의 공식 브리핑은 수어통역이 동반한다.

예능 프로그램에 수어통역사가 출연했고, 수어 배우기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청각장애인들의 불편과 고통은 그 전보다도 더 커졌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공공기관들이 비대면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수어통역센터의 출장 통역서비스도 영상통화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히 청각장애인들은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소통이 요구되는 병원·선별진료소 등 의료 현장에서 겪는 불편이 크다고 호소한다.

청각장애인 A씨는 31일 "수어통역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발화자와 수신자, 통역사가 한 공간에 있어야 한다"며 "전체 공간을 파악할 수 없는 작은 영상통화용 카메라를 이리저리 돌려가면서 이런 과정을 원활하게 해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때 면봉 등으로 불편감이 드는 경우 통역사가 옆에 있다면 바로 의사 전달을 할 수 있지만, 영상통역 상황에서는 이를 제때 알릴 수 없어 참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수어통역 늘었지만…코로나로 청각장애인 소통 불편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한 점도 수어 의사소통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청각장애인 의사소통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입술과 표정 읽기가 불가능해진 탓이다.

의료 현장에서 환자나 의료인이 방역용 비닐장갑 등을 착용하는 경우 스마트폰 조작을 통한 필담도 어렵다.

음성을 문자로 변환해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있지만, 방역용 가림막 설치가 확대되면서 이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 6월 한국장애인복지학회지에 실린 '코로나19 상황 속에서의 청각장애인의 경험' 논문에서 연구진은 "코로나19로 수어통역센터에 영상 전화가 폭주했으나 인력이 부족해 제대로 된 통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특히 "선별진료소에서는 수어 통역을 포함한 어떤 의사소통 지원도 제공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인권단체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의 김철환 활동가는 "장애인에 대한 의료기관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영상전화 같은 장애 보조기구가 설치돼 있어도 사용법을 몰라 사장되는 등 의료기관의 장애인 대응 훈련과 교육이 미흡하다"고 했다.

그는 "대규모 전염병이나 재난 상황에서 활동할 수 있는 분야별 장애인 전문 지원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며 "지역별 지원 인력 명단을 마련하고 유사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