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하중도 일대 조성 1년 4개월 지났으나 시민들 '외면'
"개발 불가" 우려에도 강행…"대책 없이 예산 낭비" 지적
6억 들였는데 이정표·주차장 하나 없는 이상한 생태공원
박영서 기자·진광찬 인턴기자 = 주차 금지, 길 없음, 공사 차량 외 진입 금지, 레고랜드 건설 반대….
무려 12만여㎡에 달하는 넓은 공원에 이르기까지 만난 안내판들은 하나같이 음산했다.

춘천 레고랜드 건설 현장을 오가는 중장비 차량과 맞닥뜨리기를 여러 차례. 흙먼지를 헤치고 꼬박 하중도 반 바퀴를 돌고 돈 끝에 도착한 생태공원은 '썰렁함' 그 자체였다.

레고랜드가 건설되는 곳과 인접한 축구장 15배 크기에 달하는 공원은 그야말로 을씨년스러웠다.

강원도와 춘천시는 자전거 도로와 수변데크가 있던 이곳에 2019년 각 3억여원씩 들여 잔디광장을 조성하고, 산책로와 수변데크를 보수하는 등 정비했다.

'하중도 생태공원'이라는 이름을 붙여 지난해 3월 개장했으나 정작 공원으로 가는 길은 비좁아 통행이 어려웠고, 이정표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보전녹지지역이라 개발할 수 없기 때문에 법적 근거가 없는 사업'이라는 춘천시의회의 지적에도 기어코 주차장을 조성하겠다며 사업을 강행했고, 그 결과 공원 입구에는 주차장은커녕 '주차금지' 안내판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6억 들였는데 이정표·주차장 하나 없는 이상한 생태공원
심지어 공원 입구 인근에는 중장비가 작업을 하고 있어 안전사고가 우려될 정도였다.

애써 이곳을 찾은 일부 시민은 주차 공간을 찾아 헤매다 레고랜드 공사 바리케이드 옆에 간신히 차를 대는 등 주차에 애를 먹었다.

이처럼 접근성이 낮고, 안내판이나 주차장 한 칸도 없는 '생태공원의 존재'를 아는 춘천시민은 드물었다.

기자가 4월 말부터 7월 최근까지 몇 차례나 찾았지만 화창한 주말에도 관광객 발길은 뜸했다.

건물이라곤 컨테이너로 지어진 간이 화장실과 관리동뿐이었고, 음수대나 자판기 같은 기본적인 편의시설은 없었다.

'쓰레기는 분리수거 후 지정된 곳에 버려달라'는 준수사항과 달리 '지정된 곳'조차 없었다.

어렵사리 만난 김모(38)씨는 "10년간 춘천에 살면서 이런 곳이 있는지도 몰랐다"며 "내비게이션을 켰음에도 공원으로 오는 길에 이정표가 하나도 없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원 입구 앞에서는 공사하고 있고, 주차금지 안내판까지 있어 어디다 주차를 해야 하는지 몇 번이나 둘러봤다"며 "적어도 주차공간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푸념했다.

6억 들였는데 이정표·주차장 하나 없는 이상한 생태공원
게다가 공원 한가운데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유적이 철조망 속 검은색 망에 덮인 채 음침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공원 관리자조차 "정체를 모르겠다.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있어 가까이 가지 않는다"며 가까이 가기를 꺼렸다.

사업 추진 당시 문제를 제기했던 국민의힘 이상민 시의원은 "주차장 조성이 안 될 것이 뻔한데 강행한 건 웃긴 일"이라며 "운동장도 없이 학교를 만든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레고랜드 건설에만 몰두한 채 생태공원에는 신경을 못 쓰고 있는 듯하다"며 "마땅한 대책 없이 운영되는 공원에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 관계자는 "보건녹지 지역인 탓에 주차장 조성 등 설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조성을 같이했던 도와 함께 개발을 진행해야 하는데 현재 논의하거나 계획 중인 것은 없다"고 말했다.

시는 지난해 공원 유지·관리에 예산 1억원을 편성한 데 이어 올해는 8천500만원을 편성했다.

6억 들였는데 이정표·주차장 하나 없는 이상한 생태공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