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밭 1만㎡로 대폭 축소…나머지는 배추 심어
코로나19 여파로 축제 취소하고 24일부터 무료 개방
올여름도 태백 구와우에는 해바라기가 어김없이 피었다
올여름에도 강원 태백시 구와우에는 어김없이 해바라기가 노란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구와우는 백두대간 고개인 해발 935m 삼수령 아래에 있는 구릉지다.

삼수령은 '삼수'(三水)라는 이름처럼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물길을 '삼해'(三海)로 가르는 지점이다.

이곳에 떨어진 빗방울이 북쪽으로 흐르면 서해, 동쪽으로 흐르면 동해, 남쪽으로 흐르면 남해로 각각 간다.

북쪽의 해발 1천303m 천의봉에 올라 구릉지를 바라보면 '소 아홉 마리가 배불리 먹고 평화롭게 누워 있는 모양'이라고 해서 '구와우'(九臥牛)라고 불린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구와우는 애초 고랭지 배추밭이었다.

그러나 황창렬 해바라기문화재단 대표가 '무채색의 고향 탄광촌을 노란 유채색으로 부활시키겠다'는 꿈을 꾸면서 해바라기 언덕으로 유명해졌다.

올여름도 태백 구와우에는 해바라기가 어김없이 피었다
올여름도 태백 구와우에는 해바라기가 어김없이 피었다
◇ 2005년부터 매년 여름 축제 개최…5만 명 이상 방문
그는 2005년부터 배추 대신 해바라기를 심기 시작했다.

해바라기밭 넓이는 축구장 9개 면적보다 넓은 6만6천여㎡에 이른다.

그리고 2005년 여름 '하늘 정원에서의 유희'라는 주제로 태백해바라기축제를 개최했다.

파란 여름 하늘, 구와우 언덕, 노란 해바라기 물결 등이 연출하는 이국적인 풍경은 입소문을 타고 전국으로 빠르게 퍼졌다.

특별히 홍보도 하지 않았지만, 매년 여름 5만 명이 넘는 인파가 축제장을 찾았다.

해바라기밭만 있던 축제장 크기도 코스모스 언덕, 잣나무 숲길, 청보리길, 들꽃 화원, 조각 작품 전시장 등 70만㎡로 넓어졌다.

지난해에는 야간개장까지 준비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복병이 나타났고, 비가 축제 기간 내내 내렸다.

방문객은 예년의 절반도 안 되는 2만 명 이하로 뚝 떨어졌다.

올여름도 태백 구와우에는 해바라기가 어김없이 피었다
올여름도 태백 구와우에는 해바라기가 어김없이 피었다
◇ "고원 도시 태백의 시원한 여름 기억하게 하는 꽃"
악몽 같았던 지난해의 여름이 지나가고 해바라기 씨를 뿌려야 하는 올해의 봄이 다가오자 황 대표는 고민에 빠졌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축제 개최 여부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는 2005년부터 단 한해도 빠짐없이 했던 해바라기 심기를 거를 수 없었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해바라기밭 중 1만㎡만 해바라기 씨앗을 뿌리고, 나머지 5만6천㎡에는 배추를 심기로 했다.

배추 농사는 해바라기밭 유지를 위한 비용 마련을 위해 필요했다.

장마가 끝나고, 해바라기들이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하자, 축제 개최 여부를 묻는 문의 전화도 쇄도했다.

축제장의 잠긴 문 앞에서 돌아가는 차량도 하루평균 100대나 됐다.

그는 입장료를 내야 하는 축제 대신 24일부터 해바라기밭을 무료로 개방하기로 했다.

물론 방문객들은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황 대표는 23일 "해바라기는 어린 시절 고향의 여름을 생각나게 하는 꽃일 뿐만 아니라 전국의 많은 사람에게 고원 도시 태백의 시원한 여름은 기억하게 하는 꽃인 만큼 올해는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올 때까지 개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