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샘 없는 닭, 더위에 취약…"조류인플루엔자 만큼 걱정되는 게 폭염"
"1도와의 전쟁" 찜통더위에 애타는 양계 농가

"35도에서 36도로 넘어가는 게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1도 차이에 닭들은 죽거나 살아요.

"
23일 오전 9시 전북 김제시 용지면 용수리의 한 양계장에서 조덕곤(58)씨가 시름 깊은 얼굴로 닭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현재 양계장의 온도는 29도. 비교적 이른 시간이라 뜨겁지 않았지만 조씨는 곧 찜통이 될 양계장을 우려하며 온도계에 눈을 떼지 못했다.

양계장 앞뒤로는 대형 환풍기 10여대가 공기를 순환하고 있었다.

안개 분무기가 자동으로 물을 뿌리면서 내부 온도도 낮춘다.

조씨는 날이 더 더워지면 직접 호스를 들고 축사 지붕에 물을 뿌리기도 한다.

하지만 폭염이 계속되면 이런 노력이 무용지물일 때가 많다.

밀집된 닭들이 호흡하면서 내뿜는 이산화탄소가 더해지면 온도를 내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바깥 온도가 36도를 넘는 날이 일주일만 지속되면 닭들이 하루에 많게는 300마리까지도 폐사한다"며 "양계 농가들은 가을 조류인플루엔자 만큼 여름 폭염을 걱정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닭은 기초체온이 높고 땀샘이 발달하지 않아 체온조절이 어려운 동물 중 하나다.

입으로만 숨을 쉬기 때문에 계속 호흡하다 보면 간이 파열되면서 폐사로 이어진다.

"1도와의 전쟁" 찜통더위에 애타는 양계 농가

닭들의 폐사도 가슴 아프지만, 이를 처리하는 것 또한 문제다.

폐사한 닭이 반나절만 지나도 심하게 부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해보험 보장을 받으려면 보험사에서 확인하러 올 때까지 폐사한 닭을 보관해야 한다.

조씨는 "닭장을 한 바퀴 돌면서 폐사한 닭들을 모두 분류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자연 폐사분을 넘어서면 폐사한 닭을 보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재해보험 보상을 받는다고 해도 사룟값에 입식 비용 등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걱정했다.

그는 "물을 자꾸 뿌리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주변 지하수 시설이 약해 물을 끌어다 쓰는 게 힘든 농가들도 많다"며 "안개 분무기를 틀어놓아도 물이 끊길까 봐 걱정돼 양계장 곁을 떠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북도에 따르면 폭염으로 현재까지 닭 3만1천여 마리와 돼지 640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제 막 폭염이 시작됐기 때문에 폐사한 가축 수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전북도청 관계자는 "올해는 평년보다 폭염 일수가 많을 것으로 예보된 만큼 가축 폭염 피해가 더 늘 수도 있다"며 "폭염 대응 시설 개선사업에 16억원을 투입하는 등 피해 예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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