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 "시세·분양가보다 낮지 않아" vs 정부 "종합 고려하면 60∼80% 수준"
전문가 "로또청약 기대하면 불만, 시세보다 저렴해 실수요자 관심 클 것"

정부가 16일부터 3기 신도시 사전청약에 들어가는 가운데 분양가를 두고 가격 책정이 다소 높게 이뤄진 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이라던 정부의 설명과 달리 시세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싸다고 여겨지는 경우도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기존 단지와 직접 비교는 무리가 있다며 여러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60∼80% 수준으로 공급되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반박했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6일부터 수도권 3기 신도시의 사전청약 절차가 시작된다.
"시세 60∼80% 맞나?"…3기 신도시 '고분양가' 논란(종합)
올해 사전청약 물량은 총 3만200가구로, 7·10·11·12월 등 4차례 걸쳐 공급될 예정이다.

이달 처음 진행되는 1차 사전청약은 인천 계양(1천50가구)·남양주 진접2(1천535가구)·성남 복정1(1천26가구)·위례신도시(418가구)·의왕 청계2(304가구) 등 5개 지역 총 4천333가구다.

정부는 사전청약 물량의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으로 저렴하게 공급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지난 5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서민을 위해 분양가는 주변 시세의 60∼80%로 정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지금 집을 무리하게 구매해도 2∼3년 후라도 집값이 내릴 수 있다.

무리하게 대출해서 '영끌'에 나선다면 나중에 집을 처분해야 할 시점에 자산 가격 재조정이 일어나면서 힘든 상황에 부닥칠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국토부가 공개한 추정 분양가를 보면 가장 비싼 성남 복정1지구 공공분양 전용면적 51㎡는 5억8천만∼6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전용 59㎡는 6억8천만∼7억원에 공급될 예정이다.

남양주 진접2지구에서는 공공분양 전용 59㎡가 3억4천만∼3억6천만원, 74㎡가 4억∼4억2천만원에 나올 예정이다.

신혼희망타운 전용 55㎡는 3억1천만∼3억3천만원으로 책정됐다.

의왕 청계2지구는 신혼희망타운 55㎡가 4억8천만∼5억원, 위례 신혼희망타운 55㎡는 5억7천만∼5억9천만원으로 책정됐다.

인천 계양의 경우 59㎡가 3억5천만∼3억7천만원, 74㎡는 4억4천만∼4억6천만원에 나온다.

신혼희망타운 55㎡는 3억4천만∼3억6천만원 선이다.
"시세 60∼80% 맞나?"…3기 신도시 '고분양가' 논란(종합)
분양가가 공개되자 사전청약을 기다리던 수요자들 사이에서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다.

정부의 설명과 다르게 기존 단지와 비교하면 사전청약 분양가가 시세의 60∼80% 수준을 넘는 곳이 있다는 것이다.

성남 복정1지구의 경우 인접한 수정구 태평동 가천대역 두산위브 59㎡는 올해 상반기 6억9천800만∼7억7천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의 사전청약 분양가인 6억8천만∼7억원과 비교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인천 계양의 경우도 계양구 박촌동 한화꿈에그린 59㎡가 지난달 7일 3억7천500만원에, 계양한양수지안 59㎡가 3월 3억7천만원에 거래되는 등 사전청약 분양가(3억5천만∼3억7천만원)가 결코 저렴하다고 보기 어렵다.

인근 지역 일부 단지의 분양가와 비교해도 사전청약 분양가가 높은 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올해 1월 수정구 창곡동에서 청약을 진행한 위례자이더시티 공공분양의 경우 3.3㎡당 분양가가 2천260만원이었다.

성남 복정1지구의 사전청약 분양가는 3.3㎡당 3천800만원대로 이보다 높다.

5월 청약을 진행한 계양구 계양 하늘채 파크포레 59㎡의 분양가는 3억9천만원이었으며, 인천 계양에서 사전청약되는 같은 면적의 분양가는 3억5천만원부터 시작한다.

최근 1년 사이 집값이 급등했는데 급등 이후 시세 기준으로 분양가를 산정하고 저렴하다고 설명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세 60∼80% 맞나?"…3기 신도시 '고분양가' 논란(종합)
국토부는 이에 대해 기존 단지 시세와 사전청약 분양가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사전청약 분양가에 대해 특정단지와 비교해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지만, 개발시기와 입지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시세의 60∼80% 수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천 계양의 경우 인근의 다른 신축 단지의 3.3㎡당 시세가 1천600만∼1천800만원으로 확인되고, 5㎞ 거리에 있는 검단신도시의 3.3㎡ 시세가 2천100만∼2천200만원으로 확인됐다고 사례를 제시했다.

정부가 제시한 인천 계양 분양가는 3.3㎡당 1천400만원이어서 시세보다 최대 60%대 수준으로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도 사전청약 분양가가 수요자 기대에는 미치지 못할 수 있지만, 시세보다는 분명히 저렴하게 책정되는 만큼 내 집 마련을 계획하는 가구라면 관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주변 아파트값이 비싼 지역에서는 아마 사전청약 분양가가 수요자의 기대 수준에 맞춰질 테고, 외곽 등 비인기 지역에서는 주변 시세와 기대만큼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며 "로또 청약을 기대하는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되는 만큼 청약을 고려하는 수요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 사전청약 계획이 발표됐을 당시 기준으로 보면 현재 책정된 분양가에 불만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 시세로 보면 저렴한 건 분명하다.

정부도 저렴한 분양가로 공급하는 게 목표인 만큼 용도 조정 등 방법을 통해 분양가를 더 낮추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야심 차게 준비한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주택시장의 수요를 분산시켜 가격 상승 압력을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실제 입주까지는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당장 전·월세 시장에 영향은 없겠지만, 3만가구라는 많은 물량을 동시에 분양하기 때문에 집값 급등에 조급해하던 무주택 수요가 기존 매수 시장에 뛰어들지 않고 사전청약에 참여하면서 시장이 다소 진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본청약 이전에 1∼2년 당겨서 하는 것이고, 물량이 올해 3만200가구, 내년 3만가구 수준인데, 이 정도로는 주택 시장의 관심을 모두 분양시장으로 이전시키기에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신혼부부·생애최초·장기청약가입자 등은 당연히 사전청약에 관심을 갖겠지만, 모든 수요층을 끌어오는 것은 역부족이고 집값 안정 효과도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세 60∼80% 맞나?"…3기 신도시 '고분양가' 논란(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