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700억 걷는 서울 주차 과태료…오락가락 기준 '폭풍 민원' 불러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매일 민원에 시달립니다. 상가와 식당은 ‘주차 단속 하지 말라’고 민원을 넣는 반면 주민들은 단속하라고 항의합니다.”

서울시와 자치구의 주차 단속 업무 담당자 모두 한목소리로 민원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주차 단속 관련 부서는 공무원이 가장 기피하는 곳 중 하나다. 서울시 공무원 사이에선 기피부서로 ‘경·기·교·복(경제정책실·기후환경본부·도시교통실·복지정책실)’을 꼽는다. 도시교통실 중에서도 주차 등 각종 단속 업무를 맡는 교통지도과는 가장 인기가 없는 곳에 속한다.

지난해 서울시와 25개 자치구의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는 총 231만5658건, 거둬들인 과태료는 700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 사태로 단속 건수가 전년 대비 16.3%가량 줄어든 게 이 정도다. 민원 사유는 다양하다. 단순히 과태료를 내기 싫어하는 운전자와 손님이 줄어들까 걱정하는 식당 주인, 주차로 복잡해진 도로로 불편함을 느끼는 주민들의 항의만 있는 게 아니다. 민원의 상당수는 오락가락하는 단속 기준으로 인한 것이다.

서울시는 10년 가까이 점심과 저녁시간 상가 밀집지역과 전통시장 주변 등에 대해선 주차 단속을 완화하는 정책을 펴왔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2년 전체 자치구에 이 같은 지침을 내려보내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2018년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에도 주차단속 완화 방침을 담았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해 전국 각 지자체는 골목상권 지원을 위해 주차 단속을 유예하는 방향으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자치구별로 단속이 중구난방으로 이뤄졌다. 강동구, 양천구 등의 경우 전통시장·음식점 밀집지역은 단속을 하지 않거나 계도 수준에 그쳤다. 반면 도심 자치구들은 상대적으로 강한 단속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동대문구는 지난해 단속 건수가 전년 대비 16.1% 늘었고, 종로구와 용산구도 각각 11.8%, 8.5% 증가했다.

시민들은 지역별로 어떤 주차단속 기준이 있는지 인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어린이보호구역과 교차로, 횡단보도, 소화장치 일정 구역 등 명백히 주·정차가 금지된 곳 외에 여타 골목과 도로의 경우 단속 구역과 비단속 구역이 제대로 표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주차 단속 통계조차 제대로 관리해오지 않았다. 시는 홈페이지에 25개 자치구의 2019년 주차 단속 건수를 모조리 잘못 표기하고도 1년 넘게 방치해오다 최근에야 외부 지적을 받은 뒤 수치를 수정했다. 서울시 전 간부는 “과태료를 부과하기만 하고 해당기준 홍보 및 관리에 소홀하면 더욱 많은 민원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