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하도급 탓 발암물질 엉망으로 철거…노동자 전수조사 등 긴급조치 해야"
환경단체 "철거건물 붕괴참사 현장에 석면 방치…노출 우려"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드러난 광주 철거건물 붕괴참사 현장에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방치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환경단체는 취급 자격이 없는 업체가 막무가내 방식으로 석면을 철거한 증거물이라며 노동 당국에 긴급조치를 촉구했다.

17일 광주환경운동연합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의 참사 현장에서 석면 철거 불법 하도급 문제점을 살펴보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체는 이날 오전 11시 10분부터 20분가량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 현장을 조사해 콘크리트 등 잔해물에 섞인 석면 슬레이트 조각을 일부 수거했다고 밝혔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정밀 분석을 해야 알겠지만 독성이 상대적으로 강한 갈석면이 포함됐을 것"이라며 "오는 24일 정밀분석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단체가 석면 슬레이트 조각을 수거했다고 지목한 장소는 재개발구역 내 붕괴 건물과 인접한 철거 잔해물 더미이다.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의 석면 철거 공사는 조합이 전문 업체인 다원이앤씨에 도급을 줬다.

경찰은 실제 석면 철거 공사가 참사로 이어진 일반건축물 해체와 마찬가지로 불법 재하도급을 받은 영세 업체 백솔건설이 맡은 것으로 파악했다.

최 소장은 "이번 재개발사업의 경우 합법적인 석면 철거 절차는 조합이 고용노동부에 세부 내용이 담긴 계획을 신고하고, 허가가 나오면 자격과 기능을 갖춘 업체가 진행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발암물질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석면 철거는 재하도급이 금지됐다"며 "석면 철거물은 이중으로 포장해 지정폐기물로 처리해야 하고 작업자 명단을 매일 노동부에 제출하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단체는 비용 절감, 허술한 관리·감독으로 인해 석면 철거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추정했다.

최 소장은 "일용직 노동자들, 심지어 외국인을 불러서 대충 처리했을 것"이라며 "비용은 줄였을지 몰라도 현장 노동자나 인접 주민은 석면에 노출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근로감독관은 산업안전보건법상 현장에 나가게 돼 있다"며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도 실시간 영상 중계로 사무실에서 지켜보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나 지켜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체는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 철거 잔해물을 수거하는 작업의 중단, 석면 잔존 여부 확인, 노동자 전수 조사 등을 당국에 요구했다.

또 석면 철거 과정에서 위법성이 드러나면 감독 책임자, 작업 관리자 등을 수사 당국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한 1급 발암 물질이다.

장기간 노출되면 폐암, 악성중피종, 흉막질환 등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2009년부터 국내 사용이 전면 금지됐지만, 그 이전에 지은 건축물에서 지붕, 실내 천장, 화장실 칸막이 등 자재로 널리 사용됐다.

석면 질병의 잠복기는 10∼50년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