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수익자 소제기 안해도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 가능"
대법 "보험금 지급 다툼서 보험사가 먼저 소송 가능"
보험사와 보험 수익자가 보험금 지급을 놓고 다툼이 있다면 보험사가 먼저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는 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17일 동부화재해상보험이 보험수익자 B씨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이같이 결정했다.

A씨는 2016년 10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일하다가 화물 리프트가 추락하는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A씨의 누나 B씨는 A씨가 사고 한 달여 전 사망보험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알고 동부화재에 보험금 2억100만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A씨가 보험 계약 당시 종사 업종을 잘못 기재해 '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계약도 해지했다.

A씨가 보험 계약 당시 종사 업종을 '사무'로 고지했지만 실제로는 '플라스틱 도장업'이었다는 것이다.

보험사는 B씨를 상대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도 제기했다.

이에 B씨는 보험금 2억100만원을 지급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맞소송을 냈다.

이날 법정에서는 보험수익자가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 소송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사가 먼저 '지급 의무가 없다'는 확인 소송을 낸 게 적법한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1·2심은 보험사의 소송이 적법하다는 전제하에 심리를 진행해 A씨가 고의로 업종을 허위 기재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보험사의 청구를 기각하고 B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보험사와 보험수익자 간 보험금 지급을 놓고 다툼이 있다면 보험사는 '법적 불안' 해소를 위해 먼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원심과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보험금 지급 책임이 있는지를 두고 다툼이 있기 때문에 확인 소송의 이익이 있다"며 "이를 전제로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반면 이기택·김선수·노정희 대법관은 "보험회사가 보험수익자와 다툰다는 사정 외에 보험금 지급책임이 있는지와 책임 범위를 확실히 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