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파업에 배송 차질…사회적 합의기구 회의 결과 주목

"처음엔 택배가 배송될 때까지 기다린다고 했다가 이제는 배송이 안 된다면서 욕까지 하는 경우도 있어요.

배송을 못 하는 것도 속상한데, 내년엔 다시 제주 초당옥수수를 사 먹겠어요?"
제주 생산자·소비자 택배 보내지도 받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제주시 애월읍에서 초당옥수수를 재배해 직거래하는 A씨가 기자에게 이같이 하소연했다.

A씨는 그러면서 "일부 지역은 배송 불가 지역으로 분류돼 송장 출력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상온에서 하루 이틀만 있어도 품질이 떨어지고 반품 가능성이 커져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사정은 소비자도 매한가지다.

'택배사 사정으로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로 ○○○ 주소지의 배송이 불가합니다.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
제주에 사는 직장인 백모(27) 씨는 다이어트를 위해 훈제 닭가슴살을 주문하려고 결제를 시도했다가 이 같은 안내 메시지를 받았다.

마침 해당 업체가 1년에 한 번 진행하는 대규모 할인 기간이었지만, 백씨에게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다.

주부 전모(35) 씨도 '1+1' 기저귀 행사를 한다는 알림이 뜨자 부랴부랴 주문했지만, 택배사 사정으로 배송이 취소돼 결국 구매를 포기해야만 했다.

전국택배노동조합 파업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면서 제주지역 택배 배송에 차질이 빚고 있다.

16일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제주지부 등에 따르면 제주지역 택배 노동자 500여 명 중 과로사 대책을 요구하며 분류 작업에 나서지 않는 노동자는 70여 명이다.

특히 이 중 40여 명이 제주우편집중국 소속 소포위탁배달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제주지방우정청이 이를 대신해 투입한 대체 인력은 10여 명에 그치면서 택배 물류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제주지방우정청은 배송 지연 시 상할 우려가 있는 냉동·내장 식품은 물론 신선식품까지 접수를 제한했다.

제주 생산자·소비자 택배 보내지도 받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파업 참여 인원이 많은 경기도 고양시와 시흥시, 김포시 등 일부 지역의 경우 택배 접수 자체가 아예 제한됐다.

실제 맘카페 등 도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택배 배송 지연 관련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택배가 제주에 도착했지만, 집으로 배달되지 않으면서 우편집중국을 직접 찾아 물품을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택배노조 노조원 약 4천여 명이 전날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서울 상경 투쟁'을 진행하면서 CJ대한통운과 롯데택배의 경우 다른 지역에서 제주로 발송한 택배 배송이 늦춰지거나 제한되고 있다.

앞서 전국택배노조는 지난 8일 진행된 2차 사회적 합의가 결렬됨에 따라 9일부터 쟁의권 있는 전국 모든 조합원이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이어 이날 오후 국회에서 또다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기구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사회적 합의 기구 회의에서는 택배사들이 당초 택배 과로사 방지 조치 시행 1년 유예안에서 물러나 연내 시행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사들은 분류 인력 투입과 분류 자동화 기기 설치에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만큼 합의안 적용 시점을 늦춰 달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과로사 방지를 위해 정부가 제시한 주 평균 60시간 이내로 노동 시간을 줄이면 배송만 하는 택배 노동자 임금이 줄어든다며 물량 감소분에 따른 임금 보전을 요구하고 있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