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장기 독주에 '정책 보완' 의견도…전문가들 "자율경쟁 바람직"
플랫폼 급증에 콘텐츠 수급 분주…"진짜 전쟁은 이제부터"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플랫폼이 생겨나는 시대, 하지만 '알맹이'는 콘텐츠인 만큼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뿐만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웹 플랫폼과 수많은 케이블 채널이 지금, 이 순간에도 탄생하고 있다.

이처럼 선택지가 다양해지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환영할 일이지만 플랫폼은 말 그대로 연결 도구일 뿐 핵심은 콘텐츠다.

최근 플랫폼 증가 속도를 콘텐츠 수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도 발생해 장기적으로 시장 구도가 어떻게 형성될지 주목된다.

'공룡'으로 불리는 넷플릭스도 올해는 하반기에 오리지널 신작 예고가 몰리면서 상반기는 다소 주춤한 분위기다.

넷플릭스는 지난 3월 월간 활성 사용자 수 1천만 명을 돌파한 후 2개월째 이용자 수가 답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플랫폼들과 비교하면 투자와 제작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임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콘텐츠를 생산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실제로 한국은 넷플릭스에서도 주요 콘텐츠 생산 기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작비, 수준 높은 크리에이터, 빠른 생산 속도를 유지하는 덕분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공장'처럼 찍어내는 것은 불가능한 게 콘텐츠다.

다른 국내 플랫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웨이브와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시즌 등 여러 OTT와 카카오TV, 네이버TV 등 웹 기반 플랫폼, IHQ와 채널S 등 여러 신생 케이블 채널들이 있지만 오리지널 콘텐츠 생산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업계에서는 누가 먼저 '킬링 콘텐츠'를 더 빨리, 더 많이 선보이느냐에 주목하고 있다.

파이가 급증하더라도 볼 게 없으면 언제든 손쉽게 구독을 해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플랫폼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13일 "어느 플랫폼이 특별한 콘텐츠를 내놓느냐에 따라 소비자는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끊임없이 움직일 것"이라며 "지금은 넷플릭스가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킹덤: 아신전' 등이 나오면 또 유입자가 생길 것이다.

웨이브나 티빙 등도 공격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 소비자들 이동은 한동안 활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당분간 OTT 등 플랫폼 내부 경쟁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수용자들의 이용 비용도 자연스럽게 늘 것으로 보인다"며 "신생 플랫폼의 경우 물론 콘텐츠가 제일 중요하지만, 콘텐츠들을 어떻게 시청하도록 가이드할지 마케팅 전략도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플랫폼 급증에 콘텐츠 수급 분주…"진짜 전쟁은 이제부터"
국내외 신생 플랫폼들이 홍수를 이루는 상황에서 토종 플랫폼이 잘 자리 잡고 콘텐츠도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넷플릭스의 장기 독주에 더해 디즈니플러스와 HBO맥스 등 새로운 공룡들까지 진입하면 국내 플랫폼이 자리 잡는 것은 물론 콘텐츠도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가 주최한 관련 세미나에서도 "국내 제작 능력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면 글로벌 OTT들의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IP를 플랫폼이 모두 갖는 현 생태계를 우려하는 시선도 많았다.

그러나 플랫폼을 제재하는 정책보다는 콘텐츠 제작 환경을 개선해주는 정책이 근본적인 처방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결국 답은 콘텐츠에 있다는 것이다.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국내에는 시장의 한계가 분명하지만 글로벌을 향하면 자율경쟁 속에서 더 다양한 콘텐츠가 나온다.

대작도 나오겠지만 저예산 고품질의 작품도 나올 수 있다"며 "글로벌 OTT에 세금을 물린다든지 해서 정책적으로 국내 콘텐츠를 보호하자는 얘기는 지엽적이다.

오히려 제약을 무너뜨려 아이디어로 경쟁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글로벌 자본에 예속돼 글로벌 플랫폼의 하청기지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건 우려스럽다"며 "국내 플랫폼이 독립성을 갖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규모의 경제도 활용하고, 제작사들의 제작환경을 개선해 더 좋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조건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필요하다"고 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