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제정 이후에도 노력 중요…종교·재계 반대 근거 사실 아냐"
주한 대사들 "평등법, 인식 변화에 큰 영향…입법 필요"
주한 대사들은 국가인권위원회와 일부 정치권, 시민사회계가 입법을 추진 중인 평등법(포괄적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소수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진다"며 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벨기에, 불가리아, 캐나다, 핀란드, 프랑스, 뉴질랜드 등에서 온 주한 대사들은 1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인권위가 주최한 '혐오·차별 대응 주한대사 간담회'에 참석해 평등법이 각국에 끼친 영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필립 터너 주한뉴질랜드 대사는 "뉴질랜드에서는 사회적 이해, 즉 관용을 제고할 수 있었다"며 "소수자들에 대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인식 자체가 달라졌다"고 밝혔다.

뉴질랜드는 1993년 성별, 혼인 여부, 도덕적 신념, 피부색, 장애, 나이, 성적 지향 등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하는 인권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인종을 이유로 모욕적인 문서를 출판·배포하거나 대중매체를 통해 적대적인 말을 방송하는 행위도 규제한다.

터너 대사는 "뉴질랜드도 완벽한 사회는 아니다.

인종차별, 소수민족 차별, 외국인 혐오 등 불평등 이슈들이 여전히 있다"면서 "평등법이 있기 때문에 그런 이슈가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게 됐고 대응하는 법적 메커니즘이 있어서 굉장히 유용하다"고 했다.

마이클 대나허 주한캐나다대사는 "캐나다 인권법은 포용사회를 위한 시각을 제시하고 사회적 인식을 법적 틀을 통해 제고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캐나다는 1977년 인종, 출신국가, 피부색, 종교, 나이, 성별, 성적 지향·정체성 등을 이유로 부당한 차별을 해선 안 된다는 '인권법'을 입법화했다.

차별 의도를 암시하거나 차별을 조장하는 상징물을 공공에 게시하는 행위 또한 이 법에 따라 차별로 규정된다.

필리프 르포르 주한프랑스대사 역시 "차별을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범죄로 보기 위해서는 분명한 법적 요건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으며 페카 메초 주한핀란드대사는 "사회에서 소외됐던 소수그룹을 중앙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한 대사들 "평등법, 인식 변화에 큰 영향…입법 필요"
다만 평등법 제정으로 차별이 단번에 없어지는 것은 아니며, 언론이나 교육 등을 통해 차별을 교정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데 대사들은 의견을 같이했다.

피터 레스쿠이에 주한벨기에대사는 "평등법을 제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입법화로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계속해서 노력해야 더 평등한 사회를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닉 메타 주한영국부대사는 "영국도 2010년 평등법을 제정하는 데 종교단체와 재계의 반대가 있었는데 특히 재계는 평등법 때문에 고용이 저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이런 반대는 전혀 근거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엔 최영애 인권위원장을 비롯한 인권위 관계자들과 더불어민주당 이상민·박주민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참석했다.

민주당 내에서 차별금지법 입법을 추진 중인 이 의원은 "더는 미루지 않고 이달 안에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