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전반에 대한 변화요구", "野지지층 정권교체 열망 반영"
"몰락했던 보수의 재건축"…전문가들이 보는 이준석
정치 전문가들은 11일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당대표 선출에 대해 "야권 지지자들의 강한 정권교체 열망이 투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국민과 당원이 30대 중반의 청년에게 제1야당 당수를 맡긴 것은 "우리 정치가 변했으면 하는 분명한 메시지"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일부 전문가는 국민의힘이 대선을 앞두고 이 대표를 선출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이 대표가 향후 포용력 있게 당을 운영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그 개인의 잘못이나 실정에 대한 문책의 의미도 있었지만, 보수 정치 전반에 대한 변화 요구였다.

그러나 보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과거와 결별하지 못하고 근본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대적 변화에 발맞추라는 요구에 그동안 부응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이 이어지니까 선거에서 연패했고, 여당이 아무리 못해도 야당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결국 그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혁, 당의 체질 개선이 필요했다.

30대인 이 대표가 당 리더십을 갖게 되면서 상당한 변화의 계기가 마련됐다.

일차적으로는 국민의힘으로 대표되는 보수 정치세력에 새로운 출발점이 됐다고 볼 수 있고, 더 크게 보면 586 중심으로 이뤄진 민주당에도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변화의 실마리를 마련한 만큼, 한국 정치가 국민 기대 속에서 대대적으로 개편될 수도 있다.

이 대표의 당선이 정당들에 주는 교훈은 젊은 나이부터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각 당에서도 차기 리더를 어떻게 육성할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 김형준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인문교양 교수
이 대표의 당선은 먼저 한국 정치권 전체의 변화에 대한 일종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기존 정치권이 변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여당도 4·7 재보선 이후에 변화한 것이 거의 없지 않나.

여야 양쪽에 모두 보내는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

두 번째로, 정치권의 세대교체는 여러 나라에서 목격된 바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장 때도 그랬다.

2030 세대가 정치에 적극 참여하면서 나온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자기들의 미래에 불안을 느끼는 2030 세대가 '내가 참여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며 자신감을 표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 국민의힘 당원들이 결국 민심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정권교체를 하려면 2030 세대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누가 대표가 되는 것이 대선에 더 유리한지 나름대로 전략적 판단을 했을 수 있다.

이 대표 개인에 대한 지지로 보기는 어렵고, 이 대표를 통해 우리 정치가 변했으면 하는 분명한 메시지인 것이다.

"몰락했던 보수의 재건축"…전문가들이 보는 이준석
◇ 박상병 정치평론가
먼저 국민의힘이 이번 전당대회 기간 국민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존재감이 없던 제1야당 아닌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이후에도 전망이 없었다가 대선 앞두고 관심을 모아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 국민과 당원들이 국민의힘 내 중진들에 대한 지지를 사실상 철회했다.

기성 정치인 누가 나와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누구도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가운데 이준석이라는 젊은 청년이 나와서 지지받은 배경에는 기성 정치인에 대한 강한 비토 정서가 깔려있었다.

큰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그들이 전면에 나서면 안 된다는 것이 분명해진 것이다.

세 번째로 국민의힘의 정권교체 열망이 매우 큰 것 같다.

대선도 2030 세대가 키를 쥐고 있다고 보고, 이들을 잡기 위해서는 중도 쪽으로 이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이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이 대표가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면 기존 주류나 중진들이 반발하면서 당이 사실상 내분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
한국 정치사에 혁명적 변화가 왔다.

두 가지 바람이 있었다.

첫 번째 바람은 야권의 강력한 정권 교체 열망이었다.

60대 이상 영남 지역 당원들도 이 대표를 선택했다.

확실히 어필할 수 있는 당 대표를 뽑자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공정한 보상을 요구하는 MZ 세대, 2030 세대들이었다.

586 기득권이 공정한 보상을 가로막으니 자기들을 대변해주는 이 대표를 지지해주자는 바람이 불었다.

민주당에서는 정권 열망도, 세대교체 바람도 볼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고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 구도를 보면 60대 이상은 확실히 보수가 앞서고, 50대도 넘어온 것 같다.

40대만 민주당이 앞서는데, 2030 세대가 보수를 찍으면 해볼 것도 없다.

민주당이 30대는 버텨본다고 해도 20대에서는 이탈이 굉장히 심하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은 어렵다.

"몰락했던 보수의 재건축"…전문가들이 보는 이준석
◇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36세의 당 대표는 외국에도 많지 않다.

평시였다면 이준석 돌풍은 가능하지 않았다고 본다.

일반 국민은 바뀌면 좋다고 생각하지만, 당심이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없는 것이다.

대선을 앞둔 시기여서 당심이 민심에 휩쓸려 갈 수밖에 없었다.

당심이 대선 때문에 전략적 판단을 한 결과다.

이것을 큰 변화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정치가 젊은 사람 하나로 변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 대표는 인프라에 의해 탄생한 대표가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젊은 정치인을 위한 인프라가 없다.

올해로 35세인 오스트리아의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는 16세부터 정당 활동을 했는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것이 없다.

이 대표의 경우를 보편화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

굉장히 특수하고 여러 가지 조건이 겹친 결과다.

민주당에는 지금 다른 변화의 칼이 없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대선에 출마한 박용진 의원을 띄우는 이유가 그런 것 아닌가 해석된다.

"몰락했던 보수의 재건축"…전문가들이 보는 이준석
◇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네 차례 선거에서 패한 보수 야권이 이명박·박근혜 세력이 몰락한 자리에 재건축하고 있다.

주호영 의원이나 나경원 전 의원이 대표가 됐다면 봉합 수준이었을 텐데, 이 대표는 새 건물이다.

보수 유권자들도 혁신해야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대표가 어색하더라도 바꿔야 이기겠다는 전략적인 집단 판단이 이뤄졌다고 본다.

지금까지 여러 여야 전당대회가 있었지만, 이해찬, 추미애, 황교안, 송영길에게 당신 정치 철학이 무엇인지 물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대표는 광주 연설이나 대구 연설에서 자기 철학을 내놓더라. 이것은 참 기존 정치인들이 부끄러워해야 할 부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대표를 시작으로 30대가 정치 전면에 설 준비가 돼 있는지, 그것은 잘 모르겠다.

국민의힘 안에서 친이명박·친박근혜가 청산 당하고 새 보수 세력이 올라오고 있는 것은 맞는데, MZ 세대들이 활약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86 세대 몰락의 가속화는 사실인데, 그렇다고 80년대 중반생이 세대교체를 할 준비가 돼 있지는 않다.

일단은 이 대표의 에너지를 국민의힘이 잘 받아안는 것이 중요하다.

◇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 대표는 비록 의정활동 경험이 없지만, 10년 정도 정치를 하지 않았나.

여러 방송에서 패널로 나와 인지도를 높였고, 상당히 준비된 상황에서 4·7 재보선 이후 변화와 쇄신이라는 흐름을 만났다.

2030 세대의 선택이 변하고 있다고 하니, 이 대표도 시운을 잘 만난 셈이다.

30대가 소수 정당이 아닌 양대 정당의 대표가 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변화하라는 요구가 강하다는 뜻이다.

이로써 시대적 흐름이 드러난 것이다.

다만, 대표가 되는 것과 대표로서 역할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일 수 있다.

그가 리더십을 잘 발휘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청년 정치는 명망가 위주, 상품성 위주의 인물 발굴로 이뤄져서 성공하지 못했다.

이 대표가 세대교체를 이루려면 여야 청년들과 폭넓게 협력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지속되기 어렵다.

이 대표 혼자만의 시도로 끝날 수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