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팀 "국방부, 군인 대상 설문 선제적으로 광범위하게 시행해야"

군 장병 100명 중 4명꼴로 자살 사고(suicidal ideation)를 한 경험이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승엽 교수·세계보건기구(WHO) 소속 예방의학자 윤창교 기술관 연구팀은 2014년 군의학교가 국방부 지시로 시행한 국군 장병 대상 건강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설문은 모든 군과 계급이 대표성을 띨 수 있도록 육·해·공군 병사, 부사관, 장교를 표본 추출한 7천763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유효 응답자 6천377명 중 3.8%인 241명은 자살사고를 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여성군인 227명 중 14명(6.2%), 남성군인 6천150명 중 227명(3.7%)이었다.

군별로 보면 공군에서 자살 생각을 한 사람의 비율이 4.73%로 가장 높았고, 해병(3.97%), 육군(3.65%), 해군(3.16%) 순으로 뒤를 이었다.

전체의 0.69%에 해당하는 44명은 최근 자살 계획을 세운 적이 있으며, 0.27%인 17명은 실제로 자살 시도를 했다고 밝혔다.

"군 장병 100명 중 4명 자살 생각…사회적 지지·재발방지 중요"
훈련병, 이병, 일병과 같은 낮은 계급 사병일수록, 정신 질환이 있거나 스트레스 수준이 높을수록 자살 사고를 보고한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시간이 5시간보다 짧거나 9시간보다 긴 경우도 자살 사고 확률이 높았다.

특히 응답 시점에서 1년간 경험한 사고나 약물중독으로 인한 위기 사건(PAE·past year adverse events) 및 평생 축적된 트라우마(ALT·accumulated lifetime trauma)는 경험 횟수가 많을수록 자살 사고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신이 주변에서 지지를 받는다는 인식(perceived social support)은 자살 생각을 억제하는 요인이었다.

지지를 적게 받는다고 느낀 2천818명 중 자살사고 경험자는 155명(5.5%)이지만, 지지를 많이 받는다고 느낀 3천559명 중에서는 86명(2.4%)에 그쳤다.

연구를 주도한 이승엽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최근 성추행과 2차 피해를 겪고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부사관을 언급하며 "PAE나 ALT 모두 횟수가 늘어나면 자살 사고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위기를 경험한 사람들이 같은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거나 2차 피해를 보는 일을 막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해당 부사관 사건에서도 성 고충 상담이나 법률 조력이 있으나 마나 한 형태로 이뤄진 탓에 제대로 된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했던 문제가 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부대에서 지휘관들의 협조 아래 장병들의 정신 건강조사가 시행되도록 의무화하고, 군인들이 낙인 우려 없이 정신건강 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대한의학회지'(JKMS) 최근호에 실렸다.

『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