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결과 전까지 기록 조회 불가…문제 교사 도피처 악용 우려
"알고 보니 성희롱 선생" 시도 간 교사 교류에 검증 절차 '구멍'
지난달 26일 강원도교육청에서는 작은 소란이 생겼다.

도내 한 고등학교 교사 A씨가 학생들에게 성희롱 등 성적 학대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대법원 선고 끝에 벌금형이 확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해당 내용을 취재하려는 기자의 전화가 도교육청으로 이어졌고, 담당자가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법원 판결을 보면 A씨는 2018년 봄부터 가을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학생들에게 성희롱 등 성적 학대를 했다.

당시 A씨는 경기도교육청 소속으로 경기지역의 고등학교에 재직했고, 이듬해 3월 시도 간 교사 교류를 통해 강원도로 전입했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교사 직위에서 해제됐다.

결국 A씨는 학생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뒤 타지역 학교로 전출 간 것이다.

어떻게 성범죄 교사가 아무런 제약 없이 다른 지역으로 소속을 옮길 수 있었을까.

"알고 보니 성희롱 선생" 시도 간 교사 교류에 검증 절차 '구멍'
구멍은 교사 교류 제도 속 검증 절차에 뚫려 있었다.

공립학교 교사는 각 시도교육감이 발령하지만, 국가공무원 신분이다.

이에 각 시도교육청은 교사의 생활 불편을 해소하고자 매년 지역 간 1대 1 교류를 시행하고 있다.

예컨대 인천의 교사가 세종으로 전출을 희망하면 세종에서 인천으로 옮기길 원하는 교사와 맞교환 하는 방식이다.

타지역 교사를 받는 교육청은 결격 사유나 평판 등을 살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허점이 생긴 것이다.

앞서 A씨는 성범죄를 저지른 뒤 경기도에서 강원도로 전입했다.

만약 강원도에 오기 전 기소가 됐거나 판결을 통해 형이 확정됐다면 따로 교원 징계 절차 받아 해당 기록이 인사카드에 남게 된다.

하지만 A씨는 강원도로 넘어온 뒤 기소됐고 경기도에서 저질렀던 범죄는 강원도교육청이 알 수 없었다.

전입 교사를 검증하는 기간이 1주가량으로 짧을뿐더러 조회할 수 있는 기록도 극히 제한적이다.

A씨가 강원도로 오는 과정에서 도교육청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NEIS)을 통한 교원 인사 기록만 확인할 수 있었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교사는 기소와 동시에 직위 해제돼 현재는 퇴직 처리됐다"며 "경기도가 해당 사건을 미리 알았더라면 이를 알려와 강원도에서 채용하지 않았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성희롱 선생" 시도 간 교사 교류에 검증 절차 '구멍'
문제는 지역 간 교사 교류가 자칫 도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범죄 등으로 문제를 일으킨 교사가 수사나 기소, 판결 전 타지역으로 전출을 신청하면 현재는 이를 검증할 방법이 없다.

또 문제 교사가 수도권 등 대도시 학교에 근무한다면 맞교환을 통해 타지역으로 자리를 바꾸긴 더욱 쉽다.

수도권으로 가고자 하는 시골 선생님들이 현실상 많기 때문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개인정보라 자세한 얘기는 못 하지만 타지역에서 전입한 교사가 문제를 일으킨 경우가 더러 있었다"며 "이를 미리 막을 수 있는 장치가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원도교육청은 지역 간 교사 교류를 계획하는 단계에서부터 검찰, 경찰, 감사원 등으로부터 협조를 얻어 비위가 확인되거나 수사를 받는 자를 신청자 명단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또 각 시도교육청의 교원 교류 담당자 회의에서 해당 내용을 협의 안건으로 올려 배제 조건을 통일하도록 힘쓸 방침이다.

한편 2019년부터 올해까지 교사 120명이 지역 간 교류를 통해 강원도로 전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