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횡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한강 대학생 사망사고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원횡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한강 대학생 사망사고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후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손모(22)씨 사건과 관련 경찰이 당시 함께 술을 마셨던 친구 A씨는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서울경찰청은 27일 손씨 사건과 관련해 그간의 수사 진행 상황을 전격 공개했다. A4용지 23쪽 분량의 자료다.

경찰은 이 자료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서울경찰청 홈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이다. 손씨 사망 경위와 관련 가짜 뉴스가 난무하자 모든 수사 상황을 공개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경찰은 "A씨가 손씨 실종 당일인 지난달 25일 오전 4시 42분께 귀가할 때 탔던 택시 기사는 당시 'A씨의 옷이 젖어 있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으나, 운행을 마치고 내부를 세차할 때 (A씨가 탔던) 차량 뒷좌석이 젖어있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이는 'A씨가 손씨를 강물 속에 밀어 넣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증언이다.

손씨 부친이 손씨가 평소 물을 무서워해 스스로 물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손씨가 해외 해변이나 국내에서 물놀이하며 찍힌 사진과 영상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까지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A씨의 휴대전화가 다른 곳에 숨겨져있거나 버려졌다는 의혹에는 "A씨 휴대전화는 마지막 통화 시간(아버지와 통화)인 오전 3시 38분께부터 전원이 꺼진 오전 7시 2분께까지 계속 한강공원 주변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A씨는 손씨의 휴대전화를 소지한 채 귀가했다가 가족과 함께 손씨를 찾으러 한강공원에 돌아온 뒤 당일 오전 5시 40분께 손씨 부모에게 이를 돌려줬다.

경찰은 "다만 A씨는 손씨 휴대전화를 갖고 간 이유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어 계속 확인 중"이라고 했다.

경찰은 사건 당일 한 목격자가 촬영한 사진을 근거로 'A씨가 누워 있던 손씨의 주머니를 뒤적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진을 경찰에 제출한 목격자는 A씨가 자고 있던 손씨 옆에서 짐을 챙기고 손씨를 흔들어 깨우는 장면이라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혈흔이 발견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의혹이 제기된 장소를 포함해 현장 주변을 폭넓게 감식했으나 혈흔 반응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A씨가 손씨와 평소 친하지 않았는데 술자리에 불러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두 사람이 평소 함께 다니며 술을 마시거나 국내·해외 여행을 함께 가는 사이로 확인됐다"고 했다.
한강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고 손정민 씨 사건 관련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26일 오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 손 씨 추모공간이 마련돼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강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고 손정민 씨 사건 관련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26일 오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 손 씨 추모공간이 마련돼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번 경찰 발표가 있기까지 온라인상에서는 친구 A씨를 향한 도를 넘는 공격이 이어져 왔다. A씨 측은 결국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기도 했다.

온라인 카페 모임인 '반포한강공원 진실을 찾는 사람들'(반진사)은 친구 A씨를 사실상 범인으로 지목하며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초경찰서 앞에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 누리꾼이 경찰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며 자체적으로 123쪽 분량의 분석보고서를 만들어 화제가 됐다.

지난 15일 작성돼 온라인상에서 유포되고 있는 보고서를 보면 해당 누리꾼은 당시 손씨와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씨를 범인으로 단정하며 억측을 쏟아냈다.

일각에선 A씨 가족 중 유력 인사가 있어 사건을 은폐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A씨 측은 "A씨의 가족 또는 친척 중 수사기관, 법조계, 언론계, 정재계 등에 속한 소위 유력 인사는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A씨의 아버지 직업도 유력 인사와 거리가 멀고, 어머니 또한 결혼 후 지금까지 전업주부"라고 밝혔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