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절차 간편하나 종종 지연·먹통…대부분 '잔여량 0'
위탁의료기관 "전화 예약자까지 접종 끝내야 잔여분 생길 것"

27일, 바로 오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을 접종하는 '그날'이 될 줄 알았다.

"맞고 싶은데"…잔여 백신 예약, 인기 뮤지컬 티켓팅보다 어려워(종합)
정부에서 30대 접종을 시작하면 그 기한에 순서대로 맞겠노라 생각해 왔다.

하지만 카카오톡이나 네이버로 잔여 백신을 예약해 접종할 수 있다는 보도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 매도 먼저 맞는다는데, 백신도 먼저 맞자'
드디어 오후 1시. 부리나케 카카오톡에 접속했다.

카카오톡 하단의 샵(#) 탭을 누르고 들어가니 그동안은 보이지 않았던 '잔여 백신' 탭이 나타났다.

하지만 빈 화면이 뜨거나, '접속이 원활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만 노출됐다.

맘이 급했던 터라 이번엔 휴대전화 인터넷 창을 열고 네이버에 접속해 검색창에 '잔여 백신'을 검색했다.

오후 1시 1분. 내 위치인 제주시 연동 제주경찰청을 중심으로 가까운 위탁의료기관이 표시됐다.

하지만 주변 43개 병원 중 잔여 백신을 보유한 병원은 단 한 곳도 없었다.

1분 만에 모두 예약이 완료됐는지, 아니면 애초부터 잔여 물량이 없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결국 주변 위탁의료기관 5곳을 골려 잔여 백신 알림 신청을 했다.

알림 신청은 간편했지만, 내가 오늘 몇 번째 예약자인지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

카카오톡의 경우 '잔여 백신' 탭도 사라진 채 먹통이 돼 있었다.

결국 노트북으로 다시 네이버에 접속해 '잔여 백신' 페이지를 열고, 몇 번이고 새로고침을 했다.

하지만 마치 이틀 전 뮤지컬 '시카고' 티켓 예약을 시도한 날처럼 좀처럼 자리가 나지 않았다.

오후 2시 39분. 드디어 처음으로 파란색 말풍선이 나타났다.

무려 잔여 수량이 5개였다.

차로 10분 거리라 고민 없이 예약 신청을 했다.

미리 네이버 인증서를 발급하지 않아, 휴대전화 인증번호로 본인 확인을 했다.

평소 1초면 오던 인증번호가 1분 만에 왔다.

오후 2시 41분. 마지막 관문인 최종 예약 신청을 했다.

결국은 '실패'.
해당 접종 기관 운영시간이 2시간 전인 27일 낮 12시까지로 표기돼 있었다.

"맞고 싶은데"…잔여 백신 예약, 인기 뮤지컬 티켓팅보다 어려워(종합)
비록 예약은 실패했지만, 클릭 몇 번에 간편하게 예약이 가능하단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은 다른 지역도 매한가지였다.

이날 오후 1시부터 네이버 잔여 백신 조회 시스템에 접속해 위치를 바꿔가며 서울 시내에 잔여 백신이 있는지 조회해 봤지만, 지도 앱에는 해당 위치 의료 기관에 백신이 없음을 뜻하는 숫자 '0'만 가득 보였다.

경북 포항에 사는 A(39)씨는 "백신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있어 잔여 백신을 쉽게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잔량이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일부 잔여 백신을 발견한 사례도 있었다.

대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모(34) 씨는 "대부분 잔여 백신 보유가 0인데 물량 10개가 뜬 병원을 발견했다"며 "접종할지 고민을 좀 해보자는 생각을 했는데 한 시간 후에 보니 다 사라졌더라"고 말했다.

온라인 기사 댓글이나 사회관계망(SNS)에서도 "맞고 싶어도 잔여 백신을 찾을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이와 관련, 제주지역 한 위탁의료기관 관계자는 "현재 취소자가 없어 잔여 백신이 없는 상황"이라며 "또 취소자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전화로 '노쇼' 백신을 예약한 대기자가 많아 이분들이 접종을 마쳐야 당일 예약 가능한 백신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시스템은 이날부터 시범 운영되며 이후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 다음 달 9일부터 정식 운영된다.

잔여 백신 수량이 3개 이하로 남아있을 경우에는 빨간색, 4∼6개는 노란색, 7개 이상은 초록색으로 네이버나 카카오톡 지도에 말풍선으로 표시된다.

예약 후 취소는 해당 의료기관에 전화로 해야 한다.

"맞고 싶은데"…잔여 백신 예약, 인기 뮤지컬 티켓팅보다 어려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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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