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고 손씨 사건 관련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26일 오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 마련된 손씨 추모공간을 시민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강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고 손씨 사건 관련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26일 오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 마련된 손씨 추모공간을 시민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후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손모(22)씨 사건과 관련 손씨 유족이 입장문을 내고 "(사건 당시 술에 취해)'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친구)A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며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26일 손씨 유족은 "술자리를 갖거나 술버릇이 있는 모든 아이들은 다 죽어서 돌아올 거라고, 그래도 마땅하다고 생각하시는 부모님들은 없을 것이다. 부모로서 자식의 죽음의 원인을 알고자, 진실을 말해주기를 바랄 뿐"이라며 "아직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임에도 '일상으로의 복귀를 원한다'는 A씨 변호인의 반복되는 말을 들을 때마다 분노를 참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손씨 유족은 "처음 A에 대해서는 일말의 의심도 갖지 않았고, 오히려 '너도 많이 놀랐겠다' '자책하지 말고 (최면수사에) 편히 임해서 정민이 찾을 수 있게 꼭 도와달라' '오랜 시간 힘들었을 텐데 애써줘서 고맙다' 등 배려하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면서 "그러나 실종 사흘째 되던 날, 우연히 경찰관을 통해 A와 그 가족이 실종 당일 오전 3시 37분쯤 부자 간 전화통화를 한 사실을 숨긴 것을 알게 됐고, 이 외에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 A와 그 가족의 여러 행동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정민이는 평소 수영복 등 장비를 갖추고 안전이 담보된 곳에서 여럿이 함께하는 수영 외에는 즉흥적으로 바다, 강에 들어간 적이 없다"며 "실종 당일 오전 4시 기준 13.3도의 쌀쌀한 날씨에서 어두운 한강을 혼자 들어갔다는 것은 술에 취한 상태를 감안하더라도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유족 측은 "실종 당일과 그 다음날 A가 '정민이가 언덕에서 넘어져 끌어올리느라 힘들었다'고 말했다"며 "당일 오전 5시 이후 A가족이 한강에 도착했을 때 행동을 보면 정민이를 찾는게 아니라 강비탈에서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A씨 측이 해당 장소 인근에서 어떤 사건이 있었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추정이다.

또 "편의점 폐쇄(CCTV)회로 영상과 토끼굴 CCTV 영상을 비교해보면 A가 입고 있던 티셔츠 목 부분이 토끼굴 영상에서는 물에 젖은 상태처럼 늘어나 있다"며 "(집에 귀가하는 모습에선) 매우 추운 듯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유족 측은 "왜 잠금이 걸려있지 않은 아들(손씨) 휴대전화를 이용해 자신의 부모에게 부탁해 우리에게 바로 연락을 취하지 않은 것인지 궁금하다"며 "A 입장문에 의하면 아들이 새벽시간 한강공원에서 혼자 자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찾으러 왔다고 하는데, 아들을 찾으러 새벽에 가족 모두가 한강까지 뛰어나올 상황이라면 112나 119에 신고하거나 바로 인근에 거주하는 우리에게 먼저 연락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라고도 했다.

A씨가 최면 수사에 변호사를 대동하고 온 것과 관련해선 "친구의 행방을 찾을 의사 없이 본인의 방어를 위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유족 측은 A씨 측이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유족 측은 "사건 당일 소지하고 있던 아이패드를 의류와 노트북 등을 함께 제출하지 않고 4일이 지난 5월9일에서야 제출한 이유를 해명해야 한다"며 "A가족이 처음부터 의문스러운 정황들에 대해 유가족 측에 성심성의를 다해 설명했다면 경찰 수사가 필요했을까?"라고 했다.

유족 측은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회피하여 유가족에게 깊고 깊은 상처를 주고, 경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하는 이 상황을 유가족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며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A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Δ지난달 25일 오전 2시18분쯤 까치발로 휴대전화를 하는 사진이나 주위를 서성였다는 목격자의 진술 Δ오전 5시12분 2단 울타리를 넘어 정확히 현장에 최단거리로 이동하는 모습 Δ오전 5시34분쯤 휴대전화를 보며 비틀거림 없이 토끼굴을 혼자 지나가는 모습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유족 측은 "(A씨에 대한) 영상 분석, 거짓말탐지기, 프로파일러 추가면담 등을 해야 한다"고 경찰에 요구했다.
故 손씨가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지 한 달째 되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마련된 추모공간 너머로 수색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뉴스1
故 손씨가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지 한 달째 되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마련된 추모공간 너머로 수색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뉴스1
한편 각종 의혹에도 말을 아꼈던 A씨 측은 최근 본격적인 여론전에 나선 모양새다. A씨 측은 지난 17일 입장문을 통해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을 내놓은 후 언론 인터뷰에 적극 응하고 있다.

A씨 측은 앞서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A군과 A군의 가족도 감히 말씀드리자면 큰 비극 안에 같은 피해자"라며 "A군과 A군 가족들에게 쏟아지는 악플과 비난들이, 입에 담을 수 없는 저주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런 부분들이 또 하나의 비극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도를 넘는 악의적인 루머에는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며 "(A씨가)일상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수사에 비협조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경찰의 모든 요청에 성실히 응했다"고 반박했다.

'목격자를 매수했다'는 루머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된다"며 일축했다.

A씨 측은 "저희는 목격자가 어떤 분인지도 모른다. 수사기관에서만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