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난 도내 렌터카 업체 소유로 현재 압류 상태
비싼 수리비 감당 못 해 도심 곳곳에 방치되기도

제주지역 렌터카 업체가 소유한 수입 전기차가 경영 악화와 비싼 수리비 등의 이유로 곳곳에 방치되고 있다.

제주 산간에 6천만원짜리 전기차 70여대 방치…보조금은?
25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의 한 목초지. 번호판을 뗀 BMW i3 70여 대가 주차돼 있었다.

바퀴에 바람이 빠진 채였지만, 대부분이 겉보기에 멀쩡했다.

그렇다면 왜 멀쩡한 수입 전기차 70여 대가 목초지에 방치됐을까.

이 BMW i3 차량 100여 대는 지난해 부도가 난 도내 A 렌터카 업체의 소유로, 현재 압류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BMW 코리아에 따르면 부도가 난 A 업체는 2016년과 2017년 BMW 파이낸셜을 통해 할부로 i3 모델 200대를 구매했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경영이 악화하면서 지난해 부도가 났다.

이 과정에서 A 업체는 세금과 대출금 등을 갚지 못했고, 결국 차량이 압류됐다.

특히 A 업체에서 압류된 차량은 이곳뿐만 아니라 제주시 아라동의 공터 등 도심 곳곳에도 방치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압류된 차량은 다음 달께 경매 보관소로 이동될 예정이다.

BMW 코리아 측은 지난 17일 법원으로부터 경매 허가 결정을 받은 상태로, 압류된 차량은 조만간 경매로 넘어간다.

렌터카업체 부도 때문이 아니라도, 비싼 수입 전기 렌터카가 방치되는 경우는 또 있다.

바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다.

제주 산간에 6천만원짜리 전기차 70여대 방치…보조금은?
제주지역 렌터카업체 등에 따르면 수입 전기차의 경우 수리 기간이 길고, 수리비가 수천만원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 업체가 수리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 제주시 내 한 공터에 BMW i3 전기차 10여 대를 주차해 둔 B 렌터카 업체 관계자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유지 비용이 적지만, 수리 기간이 길고 비용도 많이 들어 사고 시 처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며 "차고지에 세워둔 차량은 수리비 견적만 4천∼5천만원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험 처리를 하려고 해도, 일부 금액은 우리가 부담해야 하고, 사고 보상에 따른 보험료 상승도 불가피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폐차를 하려고 해도 캐피탈 잔금이 남아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심지어 일부 렌터카 업체는 비싼 수입 전기차 수리비를 지불하지 못해 공업사가 수리한 차를 잡아둔 사례도 있었다.

도에 따르면 보조금이 지급된 전기차 렌터카의 경우 2년 이내 매매나 폐차를 할 수 없다.

2018년식 2세대 BMW i3의 경우 LUX 모델 기준 차량가 6천만원에 보조금 1천691만원이 지급되는 등 전기차 구매 시 지원되는 보조금이 절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도에 따른 차량 압류나 사고가 발생한 이 같은 경우에는 운행을 강제하거나 보조금을 환수할 방법은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까지 도가 보급한 전기차 렌터카는 4천143대로, 1대당 보조금 1천300∼400만원이 지급됐다고 가정하면, 지원 예산만 539억∼580억원으로 추정된다.

제주 산간에 6천만원짜리 전기차 70여대 방치…보조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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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