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급감, 수도권 집중, 지방 미달사태…"구조조정 선택 아닌 필수"
부산대·부산교대 등 전국 곳곳 대학 통합, 몸집 줄이기 움직임
[벼랑 끝 지방대]① 줄이고 합치고…생존 향한 몸부림 시작
[※ 편집자 주 : 저출산율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는 결국 대학 위기로 다가왔습니다.

수도권 집중화와 서울지역 대학 선호 현상으로 신입생을 채우지 못한 지방대학은 생존의 갈림길에 섰습니다.

일부 지방대학은 다른 대학과 통합을 추진하고, 학과 구조조정을 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지방대학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 생존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단해보는 기획 3편을 19일부터 21일까지 1편씩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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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에서 태어난 출생아 수는 27만2천400명.
2010년 출생아 수가 47만명인 것을 고려하면 불과 10년 만에 출생아 수가 20만명이나 줄었다.

인구 감소로 인해 시골 학교뿐만 아니라 지방 도시 작은 학교까지 폐교가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대학 입학 정원은 47만9천이고 고교 3학년 학생 수는 43만8천명.
대학 정원이 고3 학생 수를 추월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급기야 올해는 신입생을 100% 모집하지 못하는 지방대학이 속출했다.

지난 2월 부산지역 14개 4년제 대학은 역대 최대 미달사태가 빚어졌다.

수시·정시모집에서도 정원 미달이 발생해 4천600여 명을 추가로 모집했지만,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인구 감소와 그에 따른 학령인구 급감 여파는 초등과 중·고등 교육 현장의 소멸 위기를 넘어 이제 대학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초등교육을 넘어 고등교육 시스템까지 뒤흔드는 사회적 문제가 됐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교육계, 기업,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국가적 현안으로 부상했다.

정치권과 지자체, 교육계 등에서 여러 해법이 논의됐지만, 실효성 있는 대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부산 모 대학 관계자는 "10년 전부터 예견된 대학 구조조정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 됐다"며 "특히 지방대를 둘러싼 상황은 일시적인 위기가 아니라 더 악화하는 만큼 지금이라도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벼랑 끝 지방대]① 줄이고 합치고…생존 향한 몸부림 시작
일부 지방대는 스스로 살길을 찾아 나서고 있다.

학과 통폐합을 비롯해 학내 구조조정을 통한 몸집 줄이기를 시도하는 곳도 있다.

최근엔 대학 간 통합 또는 인적·물적 자원을 공유하는 합종연횡이 추진되고 있다.

대학통합은 지방 소멸을 우려하는 지역사회에서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을 포함해 23개 대학이 몰려 있는 제2 도시인 부산에서는 부산대와 부산교육대가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거점 국립대 중 규모 면에서 최상위 그룹에 속하는 부산대와 초등교원을 양성하는 기관인 국립 부산교대가 통합을 위한 첫발을 내디뎌 주목을 받고 있다.

◇ 국립대 통합 활시위 당긴 부산대·부산교대
부산대와 부산교대가 지난달 통합을 위한 양해각서(MOU) 협약을 맺었다.

지금까지 부산에 있는 4개 국립대학을 통합하자는 제안은 여러 번 있었지만, 실제 협약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약 부산교대가 학생과 동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산대와 통합에 성공한다면 교대와 종합 국립대 간 통합은 두 번째가 된다.

앞서 2008년 제주교육대와 제주대학교가 학생들의 반대를 극복하고 통합했다.

부산교대와 부산대는 새로운 종합 교원양성체제 구축을 위해 두 대학 총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공동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통합 논의에 들어갔다.

[벼랑 끝 지방대]① 줄이고 합치고…생존 향한 몸부림 시작
초등교원을 양성하는 부산교대와 종합대학인 부산대가 통합을 추진하는 이유는 학령인구 감소가 불러온 지방대학 위기에서 비롯됐다.

지방거점 국립대인 부산대는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올해 추가모집(90명)을 한 부산대 최종 충원율은 99.7%.
부산대 입시 관계자는 "서울 상위권 대학을 선호하는 현상으로 몇 년 전부터 수시와 정시에서 미충원 현상이 생기고 있다"며 "지역 우수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선발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위권 학생이 몰리는 부산교육대학도 5명을 채우지 못해 최종 충원율 98.7%를 기록했다.

부산교대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로 초등교원 채용 규모가 줄어 임용시험 합격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 걱정이다.

부산교대에 따르면 초등교원 임용합격률은 2017학년 83.3%, 2018학년 73.7%, 2019학년 64.8%, 2020학년 72.7%, 2021년 64.6% 등 해마다 하락하고 있다.

교대를 졸업하면 거의 100% 교원으로 임용되던 시절은 옛날이야기가 됐다.

교원 임용률 하락은 입학 정원 감축으로 이어지게 되고 대학에 재정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기 때문에 대학 통합이 필요하다는 게 부산교대의 분석이다.

[벼랑 끝 지방대]① 줄이고 합치고…생존 향한 몸부림 시작
◇ "위기에 예외 없다" 전국 곳곳에서 대학 간 통합 움직임
다른 지역에서도 학령인구 감소가 불러온 위기 극복 방안으로 대학 간 통합이 이뤄지거나 시도되고 있다.

경남 진주에 있는 경상대학교와 경남과학기술대학교가 지난 3월 1일 통합 절차를 완료하고 경상국립대학교로 출범했다.

총장실을 비롯해 기획처·사무국·대외협력처는 칠암캠퍼스(옛 경남과학기술대 캠퍼스)에, 나머지는 가좌캠퍼스(옛 경상대 캠퍼스)에 두었다.

입학정원은 감축 없이 4천313명(경상대 3천138명, 경남과기대 1천175명)이다.

[벼랑 끝 지방대]① 줄이고 합치고…생존 향한 몸부림 시작
경기도 안성 국립한경대학교와 평택 한국복지대학교도 올해 통합 신청서를 교육부에 제출해 이르면 내년에 통합된다.

통합 대학은 대학본부를 안성 캠퍼스(현 한경대)에 두고, 1대학 2캠퍼스 18개 학부(안성 13개, 평택 5개) 체제로 운영된다.

경북에 있는 경주대학교와 서라벌대학교가 2022년 신입생 모집을 통합대학 출범 시점으로 잡고 지난해 12월 통합 추진 협약을 맺었다.

두 대학은 "옛 재단 비리로 재정지원 제한 대학 지정이란 공통의 어려움을 겪어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재도약하고자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원도에서는 사립대학인 상지대와 상지영서대가 지난해 3월 상지대로 통합했고, 국립대인 강원대와 강릉원주대도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