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늑장에 주변 수사에 주력…당사자 조사만 남아
검찰도 '靑기획사정' 수사 속도전…조만간 이규원 소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혐의에 대해 직접 수사에 나서면서 검찰이 그동안 수사해온 '청와대발 기획사정' 의혹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변필건 부장검사)는 조만간 이 검사를 불러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과 윤갑근 전 고검장 명예훼손 혐의와 청와대발 기획사정 의혹을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그동안 공수처의 결정을 기다리며 필요한 주변 수사를 진행해 왔다.

검찰은 이번 수사의 핵심 인물인 이 검사를 상대로 면담보고서 작성·왜곡과 유출 경위, 이 과정에 청와대 관계자들과 어떤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후 공수처에 이첩한 사건 외 혐의들에 대한 사법처리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 검사는 과거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실무기구인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근무하면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윤중천씨와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면담보고서를 작성했다.

과거사위는 이 면담보고서를 토대로 2013년 김 전 차관에 대한 경찰 수사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곽 의원이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며 2019년 3월 수사를 권고했다.

같은 해 5월 김 전 차관 사건 심의 결과 발표 때에는 윤 전 고검장이 윤씨와 만나 골프나 식사를 함께했다는 진술과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곽 의원과 윤 전 고검장은 이 검사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곽 의원은 이와 별도로 김 전 차관에 대한 재수사 권고가 '청와대발 기획사정'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 조국 당시 민정수석, 이광철 당시 선임행정관(현 민정비서관)을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도 '靑기획사정' 수사 속도전…조만간 이규원 소환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은 이 검사가 면담보고서 내용을 일부 왜곡하고 언론에 유출하는 과정에서 친분이 깊은 이광철 비서관과 교감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차관에 대한 재수사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무리하게 사건을 몰고 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 검사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 비서관도 소환할 계획이다.

이 비서관은 청와대 재직 중 변호사 활동을 한 혐의로도 고발당해 이 부분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이 비서관은 2019년 3월 김 전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이미 지난달 수원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에는 2019년 6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이 검사를 수사하려 하자, 이 비서관이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게 이 검사의 유학을 언급하며 수사받지 않고 출국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수원지검이 이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본부장의 2차 공판 준비기일인 다음 달 15일 이전 이 비서관을 재판에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이 비서관도 이 지검장·이 검사와 마찬가지로 서울중앙지검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