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향 장기수' 장의균씨 부부, 국가 상대 손배소 승소
비전향 장기수인 장의균씨 부부가 불법 구금 등 국가의 불법 행위에 대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장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장씨의 부인에 대해서 패소로 판결한 원심은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장씨는 일본 유학생 시절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측과 접촉해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1987년 7월 구속영장 없이 국가안전기획부로 연행돼 수일간 조사를 받았다.

장씨의 배우자 A씨도 강제 연행돼 구금 조사를 받았고 강압 조사를 이기지 못하고 남편 혐의를 인정하는 허위 진술을 했다.

A씨의 진술은 재판에서 장씨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사용됐고, 결국 장씨는 징역 8년이 확정됐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2017년 11월 장씨의 재심을 열고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같은 해 12월 재심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장씨 부부는 재심 무죄 판결을 근거로 이듬해 5월 국가를 상대로 영장주의 위반 등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은 장씨 부부의 청구를 일부 인용해 국가가 장씨에게 8억원, A씨에게 2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장씨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했지만, A씨에 대한 배상 책임의 소멸시효가 지났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장씨의 경우 민법상 시효정지 기준에 따라 재심 무죄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6개월 내 소송을 내 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는 당시 기소되지 않았고 재심도 받지 않아 민법상 손해배상 소멸시효는 불법 구금이 끝난 1987년 7월부터 3년까지라고 봤다.

대법원은 장씨에 대한 2심 판단을 유지하는 한편 A씨 패소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장씨의 재심 판결 확정 때 A씨가 국가의 불법행위를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고 보고 이로부터 3년 내 소송을 제기해 A씨의 청구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가의 불법 행위와 관련해 장씨뿐만 아니라 A씨의 소멸시효도 재심 무죄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기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비전향 장기수인 장씨는 2006년 전남 진도에 정착해 지역 초중고생들을 위한 서당 운영·우리말 연구 등 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