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응답자 30% 도금·화학물질 몰라, 25%는 대처 방법 깜깜
부산 도금노동자 자신이 취급하는 물질 뭔지 몰라…질환 노출
부산지역 중소 도금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중 상당수가 자신이 취급하는 물질에 대해 잘 모르고 두통·피부 질환 등에 시달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산재 추방운동 연합 등으로 구성된 녹산노동자희망찾기 구성단체는 '녹산공단 도금사업장 열악한 노동안전 실태조사'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해당 실태조사는 녹산공단 내 38개 도금공장 노동자 93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두 달 동안 조사한 것이다.

노동자 중 61%가량이 이주노동자여서 설문은 12개 언어로 번역돼 시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자 30%는 자신이 취급하는 도금 물질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도금전 산처리에 쓰이는 화학물질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답변한 비율이 30%였다.

도금 물질로는 크롬, 니켈, 아연 순으로 많았고, 카드뮴과 주석도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화학물질에는 염산, 황산이 절반을 차지했고, 수산화나트륨, 시안화화합물, 초산 불산 등도 취급됐다.

노동자들은 화학물질 위험성과 유해성에 대해 26.9%가 교육받지 못했다고 했고, 25%는 화학물질 노출이나 폭발 시 대처 방법을 알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도금공정에 일하는 근로자 중 방독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비율은 28%에 불과했고, 사용이 부적절한 방진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비율도 32%가 됐다.

도금사업장 근로자에게 필수인 특수건강검진을 받았다는 응답도 절반에 그쳤다.

응답자 20%는 피로, 현기증, 두통, 기억력 저하 등의 증상이 있다고 응답했다.

피부 붉어짐, 피부 반점, 발진, 가려움 증상이 19.8%였고, 기침 호흡 증상 16.8%, 시력 저하 결막염 증상도 14.9%였다.

노동자들은 퇴근 시 유해 물질에 노출된 작업복을 그대로 입고 퇴근하는 비율이 17.2%로 적지 않았고, 집에서 일상복과 같이 세탁한다는 응답도 20%나 돼 도금사업장 유해환경이 노동자 가족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녹산노동자희망찾기 구성단체는 "최소한의 안전과 건강을 지킬 방안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면서 "부산고용노동청에 요구안을 전달하고 간담회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