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형 '종로구 4호점'…초등교 방과후 저녁 8시까지 돌봐줘
부모들 "안전한 곳에 아이 맡기니 마음 놓고 일할 수 있어"
[공공돌봄 시대] ②아이들 만족도 높아…"집보다 좋아요"
"학교 끝나고 학원만 다닐 때는 힘들었는데, 여기 오니 공부 말고도 다른 걸 할 수 있어서 좋아요.

" "엄마가 저녁 7시 넘어서 오시는데, 집에 가면 저 혼자라 심심하거든요.

여기서는 친구들이랑 같이 놀기도 하고 선생님들도 계셔서 좋아요.

"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숭인동에 있는 우리동네키움센터 종로구 4호점에서 만난 어린이들은 센터에서 놀고 쉬는 것에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실제로 아이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밝았다.

이날 오후부터 비가 내리는 바람에 야외 체육활동이 취소돼 아쉬워했지만, 남자 아이 6명은 선생님과 함께 몸으로 표현하는 퀴즈 놀이와 보드게임을 하면서 에너지를 발산했다.

한쪽에 마련된 학습공간에서는 여자아이 3명이 그림을 그리거나 무언가를 만들었고, 남자아이 1명은 선생님과 함께 한글 읽기·쓰기를 했다.

다른 여자아이 1명은 통유리 문으로 분리된 시청각실에서 대형 스크린에 아이돌그룹의 공연 영상을 틀어놓고 춤 연습을 했다.

또 다른 쪽 공간에서는 여자아이 2명이 선생님과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각자 하고 싶은 활동을 자유롭게 하면서 즐거운 모습이었다.

조금 뒤 오후 3시께는 빵과 수박이 간식으로 나왔다.

아이들은 서로 멀찍이 떨어져 앉아 간식을 먹었다.

이때 10여 분간 마스크를 벗었을 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지키며 모두 마스크를 잘 쓰고 있었다.

[공공돌봄 시대] ②아이들 만족도 높아…"집보다 좋아요"
아이들은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 오후 6시에 저녁까지 함께 먹는다고 했다.

이후 7시를 전후해 집으로 돌아간다.

이날은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재량휴업일이어서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집에 혼자 있어야 했다.

부모들은 모두 맞벌이여서 평일인 이날 모두 직장에 나간 상태였다.

이 아이들에게 우리동네키움센터는 집과 부모를 대신해 종일 따뜻한 보금자리다.

특히 이 센터는 아이들이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체험할 수 있도록 다른 아동센터들과 연합해 '마을 오케스트라'를 조직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첼로·바이올린·플루트·클라리넷 4개 악기 중 하나를 골라 매주 1차례씩 레슨을 받고 함께 연주한다.

이곳에 초등학교 5학년 딸을 맡기고 있는 학부모 조순실(33)씨는 "센터에서 온종일 아이를 책임져 주니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원에 보내려면 애가 혼자 이동해야 해서 불안한데, 센터에서 공부도 시켜주고 요리나 악기 같은 것도 배울 수 있어 아이가 더 좋아한다"고 했다.

특히 조씨는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어 평소에 늦게 퇴근하면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었다.

혼자 가계를 책임져야 하기에 일을 나가야 했고, 아이는 사실상 방치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그는 이 동네로 이사와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지역아동센터를 소개받았고, 가까이에 우리동네키움센터가 문을 열면서 아이를 맡기게 됐다.

특히 이 센터는 토요일에도 문을 열어 조씨가 아이를 맡기고 주말근무까지 나갈 수 있게 됐다.

조씨는 "아이가 쉬는 날에도 센터에 나가 놀고 싶다고 할 정도여서 마음 놓고 일하러 갈 수 있게 됐다"며 "아이가 중학교에 갈 때까지 2년 정도 열심히 돈을 벌려고 한다.

우리동네키움센터 덕분에 이런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공공돌봄 시대] ②아이들 만족도 높아…"집보다 좋아요"
우리동네키움센터는 서울시가 초등학생(만 6∼12세)의 방과 후나 방학 중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시설이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25개 자치구에서 163곳이 운영되고 있다.

필수 운영시간은 학기 중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방학 중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센터별 운영시간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초등학생이면 누구나 원하는 시간에 와서 이용할 수 있다.

이용료는 한 달에 5만원을 넘지 않는다.

종로구 4호점의 경우 창신초등학교에서 걸어서 5분 안에 올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아이들이 센터에 등·하원할 때마다 출입 카드를 찍어 출결 상황이 보호자의 휴대전화로 안내된다.

일반형·융합형·거점형 등 3가지 유형 가운데 융합형으로 분류되는 이 센터는 올해 1월부터 운영하기 시작해 4개월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금세 안착한 사례로 꼽힌다.

지역에 기존에 있던 아동센터 11곳이 서로 협력해 활동해 오다 '융합형 우리동네키움센터' 설립을 구에 요청해 성사시켰다.

융합형은 지역 내 돌봄 자원 연계 기능을 수행하는 중규모 센터로, 센터장이 '마을돌봄 조정관'을 겸하면서 지역 내 돌봄 수요를 파악하고 수요자들에게 돌봄 기관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형 센터는 복지부의 다함께돌봄사업과 연계해 집·학교 인근 도보 10분 이내 거리에 설치돼 상시·일시 돌봄을 제공하는 소규모 센터인데, 서울시는 이에 더해 중규모 융합형과 대규모 거점형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융합형은 학기 중 평일 오후 8시까지, 거점형은 오후 9시까지 운영되고, 토요일에도 필수 운영시간이 각각 4시간, 8시간이다.

종로구 4호점 김미아 센터장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마을돌봄 조정관에게 연락하면 돌봄 기관을 비롯해 그 연령대의 아이가 활용할 수 있는 마을 자원들을 모두 안내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맞벌이하는 부모들이 안정적으로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가 건강한 환경에서 돌봄을 받도록 마을공동체 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마다 이용 가능한 우리동네키움센터 현황은 우리동네키움포털 홈페이지(icare.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