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갑근 유죄 인정 근거는…법원 "법률자문 아닌 청탁"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이상주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 수재) 혐의로 기소된 윤 전 고검장의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은 라임 측으로부터 받은 부탁이 알선 의뢰임을 인식하고도 이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윤 전 고검장이 주고받은 '재판매 요청서' 문건을 꼽았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윤 전 고검장은 2017년 7월 서울 모 호텔 등에서 이 전 부사장·메트로폴리탄 김모 회장 등과 여러 차례 만났다.
만남 이후 이 전 부사장은 펀드 재판매에 관한 이슈를 담은 문건 2개를 윤 전 고검장 측에 보냈고, 윤 전 고검장은 이 문건들의 주요 내용을 취합해 '라임자산운용 펀드 재판매 요청서'라는 파일을 만들었다.
이 파일의 결론 부분에는 제목과 마찬가지로 우리은행에 펀드 재판매를 요청한다는 내용이 명시적으로 담겨있다는 것이다.
이에 윤 전 고검장은 법률자문 차원에서 해당 문건을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문건이 단순히 이 전 부사장으로부터 받은 파일을 짜깁기한 것에 불과하며, 법적 이슈에 대한 검토도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윤 전 고검장이 지난해 말 언론 등을 통해 해당 의혹과 관련한 수사 상황이 알려지자 문건의 제목과 결론에 기재된 '재판매 요청'이라는 문구를 삭제한 것도 주목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정황을 토대로 윤 전 고검장이 우리은행장을 만난 게 정상적인 법률자문이 아닌 '알선'이었으며, 윤 전 고검장 역시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자문계약서의 형식과 작성 시점도 검찰의 공소사실에 신빙성을 더해줬다.
윤 전 고검장의 법무법인은 라임 자금이 투자된 메트로폴리탄과 법률자문 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상응한 보수로 2억2천만원을 받았다.
재판부는 계약 기간이 명시돼있지 않았고 일회성으로 과도한 보수를 받았다는 점에서 당시 자문계약서는 형식적으로 작성된 것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
이밖에 계약서 초안이 이 전 부사장과의 만남 후 작성됐다는 것과 펀드 재판매 청탁 외에 실질적인 자문 활동이 없었다는 것도 근거가 됐다.
이번 재판을 통해 펀드 부실을 막기 위한 라임 측의 로비 정황이 또 한번 드러났다.
펀드 부실 발생 이후 이 전 부사장 등은 청탁과 로비를 통해 위기를 무마하려고 하다가 피해를 키웠다는 게 입증된 셈이다.
실제로 우리은행 등 금융권 외에도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검찰 관계자, 청와대 행정관 등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로비 시도가 드러났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금품과 향응을 받은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금감원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3년을 받았고, 강 전 수석 로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를 받는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도 기소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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