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민주지산 등산객과 먼발치 조우…"활동영역 정해진 듯"
3월 겨울잠 깬 뒤 가야산∼수도산∼대덕산 거치며 북상하는 중

2015년 지리산에 방사된 뒤 서식지를 탈출해 한반도 중남부를 떠돌고 있는 반달가슴곰 '오삼이'(코드번호 KM-53)가 충북 영동에 또다시 출몰했다.

작년 초여름 이 지역 민주지산과 주변 마을을 어슬렁거리다가 백두대간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한 지 10개월 만이다.

또 역마살 도진 반달가슴곰 '오삼이'…충북 영동에 다시 출몰
오삼이는 국립공원공단이 부여한 코드번호에서 따온 이름이다.

서식지를 벗어난 뒤 경북과 경남, 충북 등을 광활하게 이동(탐험)하면서 '콜럼버스 곰'이라는 애칭도 붙었다.

KM-53가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 민주지산 등산로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5일.
벌꿀통을 훼손한 KM-53은 멀찍이서 등산객과 잠깐 조우한 뒤 곧바로 모습을 감췄다.

지금도 민주지산 일대에 머무르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KM-53은 지난해 처음 이 지역에 모습을 드러냈다.

작년 6월 21일께 민주지산 일대를 떠돌던 KM-53은 영동읍 화산2리 외진 길에 놓여있던 양봉업자의 벌통 6개 중 4개를 부수고 꿀을 훔쳐 먹었다.

7월 12일까지 20여일간 주변을 떠돌다가 하루 5∼8㎞씩 남하하기 시작해 경북 김천과 경남 거창에 걸쳐 있는 수도산 일대로 돌아갔다.

또 역마살 도진 반달가슴곰 '오삼이'…충북 영동에 다시 출몰
지난 겨울에는 경북 성주와 경남 합천에 걸쳐 있는 가야산에서 동면했다.

겨울잠에서 깬 지난 3월 말 KM-53의 '역마살'은 다시 도졌다.

가야산을 출발해 이달 5일 다시 민주지산을 찾은 것이다.

하루 200∼300m씩 돌아다니며 2∼3일간 한곳에 머무르다가 다시 하루에 5㎞가량 움직이는 과정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2015년 1월 전남 구례 종복원기술원에서 태어나 그해 10월 지리산에 방사된 여섯살배기 KM-53이 방랑생활을 시작한 때는 2017년이다.

2017년 6월 방사지인 지리산을 탈출해 90㎞ 떨어진 수도산을 찾았고, 2018년 5월에는 대전-통영 고속도로 함양분기점 인근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앞발이 부러지는 상처를 입기도 했다.

환경당국은 치료 후 같은 해 8월 KM-53을 수도산에 방사했으나 이듬해 6월에는 경북 구미시 금오산 일대에서 목격되기도 했다.

작년에는 영동까지 북상했다가 다시 수도산 일대로 돌아갔다.

올해에는 가야산에서 수도산으로 이동한 후 전북 무주와 경북 김천 경계에 있는 대덕산을 거쳐 민주지산까지 왔다.

이번 이동 경로에서는 금오산이 빠졌다.

백두대간인 민주지산에서 추풍령을 넘어가면 속리산이 나오지만 KM-53의 활동 영역은 아직 이곳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국립공원생물종보전원 관계자는 "반달가슴곰은 동면 후 자신의 활동영역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며 "올해에는 이동 경로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가야산에서 민주지산까지를 영역으로 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