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운동 가문' 박태현 음악과 광주 연결고리 확인
일고 교가 친일 작곡가와 무관 가능성 배제 못 해
광주일고 교가 '기록상 최초 작곡' 박태현, 수창초 교가도 작곡
친일 논란에 휩싸여 폐기된 광주일고 실제 작곡가가 누군지 '단언'할 수 없는 미스터리 같은 일이 발생한 가운데 폐기된 교가의 '기록상 최초 작곡가'로 등장한 박태현이 100년 전통의 광주 수창초등학교 교가도 작곡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박태현의 음악과 광주지역 학교 간 연결고리가 나타나 광주일고 교가의 실제 작곡가가 누구인지 철저한 역사적 규명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27일 광주 수창초등학교에 따르면 수창초등학교는 지난해 말 교가를 교체하기 전까지 수십 년 동안 불러온 교가의 작사자는 이은상, 작곡가는 박태현이었다.

수창초는 올해 개교 100주년을 맞아 지난해 말 광주시교육청 주도로 한 친일잔재 청산을 위해 교가를 바꿨다.

수창초 교장은 "작사자 이은상 씨가 친일 행적이 있고, 일본식 군가풍이어서 지난해 말 새 교가로 교체했다"며 "이은상 작사, 박태현 작곡의 교가가 언제부터 불렸는지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아마 일제시대 때부터 불렸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교장은 "박태현 선생이 일고 교가 작곡자로 등장한 사실은 언론을 보고 알았다"며 "박태현 선생 때문에 교가를 교체한 것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광주일고 교가 '기록상 최초 작곡' 박태현, 수창초 교가도 작곡
1921년 설립된 수창초등학교는 광주일고 인근에 있는 전통 있는 학교다.

박태현이 수창초등학교 교가를 작곡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일고 교가의 실제 작곡가가 박태현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게 됐다.

박태현은 '3·1절 노래' '한글날 노래'를 작곡했고, 자신의 형이 매국노 이완용 저격 사건에 연루돼 옥살이하는 등 '항일운동 가문'으로 여겨진다.

이와 관련, 광주시교육청은 지난 2019년 1월, 친일 잔재 조사와 청산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광주일고 교가가 친일 성향인 이흥렬이 작곡한 것으로 판단해 같은 해 12월 일고 교가를 교체했다.

일고 동문이자 '님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 씨가 학생 공모로 선정된 노랫말에 곡을 붙여 새로운 교가가 탄생했다.

그러나 지난해 학교 측이 학교 사료를 정리하던 중 일고 교가 작곡가가 항일운동 가문인 '박태현'에서 '이흥렬'로 돌연 바뀐 사실을 졸업앨범을 통해 확인했다.

일고는 1962년부터 서중 교가를 음표, 가사를 바꾸지 않고 차용해왔는데 1965년까지 '작사 이은상, 작곡 박태현'으로 명기됐던 것이, 1966년 졸업앨범부터 '작사 이은상, 작곡 이흥렬'로 바뀌었다.

그러나 서중 교가는 1972년 폐교될 때까지 '작사 이은상, 작곡 박태현'으로 졸업앨범에 표기됐다.

1953년 설립된 광주일고는 1961년까지는 작곡·작사 미상의 '일고학생가'를 교가로 부르다가 1962년부터 서중 교가를 차용한 것이다.

이처럼 2019년 12월 교가 교체 작업이 완료된 후 학교 측이 교가 작곡가 2명이 등장한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폐기된 교가의 실제 작곡가가 이흥렬로 100% 단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광주서중은 1920년 설립된 광주고등보통학교를 모태로 1938년 세워졌고, 광주지역 중학교가 평준화되면서 1972년 폐교됐다.

1953년 설립된 광주일고와는 같은 학교 부지를 사용했고, 서중 출신 대부분이 광주일고로 진학하면서 광주고보·서중·일고 총동창회가 구성될 정도로 한뿌리로 인식하고 있다.

1929년 학생 독립운동 발원지이기도 하다.

김황식·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 다수의 정·관·재계 인사들을 배출한 호남 명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