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학술지 랜싯 평가후 위상변화…국내여론조사서 '필요하다' 우세
승인국가중 선진국 없다?…현재로선 '대체로 사실'이나 EU판단이 분기점될수도
임상시험 데이터에 의문점?…3상 대상 세분화·다양화 면에서 상대적으로 부족
[팩트체크] '보험용'으로 관심받는 러시아 백신, 의구심 해소됐나

임순현 기자·김예정 인턴기자 =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Sputnik V)가 4차 대유행 위기에 놓인 국내 코로나19 상황을 타개하는데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

지난 24일 정부가 화이자 백신 2천만명분(4천만회분)을 추가로 계약해 한국 전체 인구의 약 2배가 접종받을 수 있는 물량이 확보되면서 그나마 '백신 난'에 숨통이 트였다는 전망이 나오고,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도 26일 러시아 백신 도입의 필요성이 없을 것 같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일부 백신 생산국의 '자국 중심주의'와 같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백신 물량이 적시에 공급될지 100% 장담하긴 어렵다는 점에서 스푸트니크 V가 '예비 백신' 내지 '보험 백신'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1.1%가 '러시아 백신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변했고,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38.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푸트니크 V가 세계적 의학 학술지로부터 효과를 인정받은 사실과 유럽 선진국들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 등이 국민들 인식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자료 공개의 투명성 등에서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견해도 있다.

송대섭 대한백신학회 연구이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난해 2상 시험을 종료한 다음 바로 승인이 나 국제적 우려가 많았지만 이후 3상 시험이 진행됐고 최근 랜싯 등 세계 유수의 의학 저널들에서 효능평가 데이터도 공개됐다"며 "작년과 비교에서는 우려가 많이 불식되었으나 도입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리얼 월드 데이터(real world data, 실제 백신을 접종한 환자의 진료기록 등의 자료)'가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스푸트니크 V에 대한 지나친 우려가 과학적 근거보다는 국제 정치의 역학적 관계에서 기인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백신연구소 제롬 김 사무총장은 "스푸트니크 V를 개발한 러시아 국립 연구소인 가말레야(Gamaleya)는 3상 시험 결과에 대한 데이터를 (외부와) 공유했다"며 "백신 심사가 엄격한 슬로바키아가 최근 품질 우려를 이유로 스푸트니크 V를 거부했지만, 과학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적인 문제로 변모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연합뉴스는 스푸트니크 V를 둘러싸고 제기된 논쟁점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따져봤다.

[팩트체크] '보험용'으로 관심받는 러시아 백신, 의구심 해소됐나

◇주로 非선진국들이 사용승인했다?…현재까지 승인한 62개국 대부분 개도국이나 EU의 판단이 '분수령'될수도
스푸트니크 V는 지난해 8월 러시아에서 최초로 사용을 승인할 당시에는 3상 시험도 실시하지 않고 2상 시험 결과만으로 섣불리 결정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현재는 5개 국가에서 6개의 3상 시험이 진행되는 등 연구에 상당한 진척을 보인 상황이다.

한국에서 접종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과 같은 아데노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한 비(非)증식 바이러스성 전달체(non-replicating viral vector) 백신으로 분류되는데, 항체 형성률은 스푸트니크 V가 좀 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월 세계적 의학 학술지 '랜싯'은 스푸트니크 V 예방효과에 대해 "1·2차 접종을 모두 마친 1만9천866명 이상의 3상 시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백신 효능이 91.6%인 것으로 확인됐다"는 중간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반면 AZ는 지난달 미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3상 시험에서 평균 79%의 효능을 보였다.

그럼에도 스푸트니크 V와 관련, 사용승인이 많은 나라에서 나긴 했지만 승인한 나라 중에 의료 선진국은 드물다는 점을 몇몇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미국과 유럽 등 의료수준이 높은 국가들에서 3상 시험이 진행된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과 달리 스푸트니크 V는 러시아 등 동유럽 국가에서 3상 시험이 진행됐고, 사용 승인을 한 국가들도 대부분 동유럽과 남미, 아프리카 국가라는 점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이 백신을 승인한 나라의 면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따르면 스푸트니크 V는 26일 현재 개발국인 러시아를 포함, 총 62개국이 자국 내 사용을 승인한 상태다.

91개국이 승인한 AZ 백신과, 83개국이 승인한 화이자 백신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사용 승인을 받은 백신이다.

라오스·레바논·몽골·미얀마·베트남·스리랑카·시리아·아랍 에미리트·요르단·우즈베키스탄·이란·이라크·인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투르크메니스탄·파키스탄·팔레스타인·필리핀 등 아시아 19개국과 러시아·몬테네그로·몰도바·벨라루스·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북마케도니아·산마리노·세르비아·슬로바키아·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헝가리 등 유럽 12개국, 가나·가봉·기니·나미비아·리비아·말리·모로코·모리셔스·바레인·세이셀·알제리·앙골라·이집트·지부티·짐바브웨·튀니지·카메룬·케냐·콩고 등 아프리카 19개국, 가이아나·과테말라·그레나딘·니카라과·멕시코·볼리비아·베네수엘라·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아르헨티나·앤티가 바부다·파나마·파라과이 등 남미 12개국이다.

실제로 의료 수준이 의료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들이 대부분인 것은 사실로 파악된다.

스푸트니크 V의 3상 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나라도 러시아, 인도, 베네수엘라, 벨로루시, 아랍에미리트 등이어서 개발국인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의료 또는 의학 선진국으로 꼽기 어려운 국가들이다.

단, 유럽연합(EU)의 승인이 있을 경우 그것이 분기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스푸트니크 V에 대한 심사를 진행중인 유럽의약품청(EMA)의 판단이 스푸트니크 V가 '개도국 백신'으로 남느냐, 화이자·모더나·AZ 등 주류 백신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느냐의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팩트체크] '보험용'으로 관심받는 러시아 백신, 의구심 해소됐나

◇이상 반응 검증 상대적 부족?…임산부·특정 연령대·특정 질환 보유자 등 대상군 세분화한 화이자·모더나와 달리 18세 이상 성인 무작위 모집해 3상 실시
스푸트니크 V를 접종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이상 반응에 대해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신의 이상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선 다양한 형태의 임상시험이 실시돼야 하는데 스푸트니크 V는 그러지 못했다는 평가인데, 사실일까?
화이자·모더나 백신과 비교하면 스푸트니크 V가 3상 시험의 대상을 정교하게 세분화하지 않은 것은 사실로 파악된다.

미국 국립 의학도서관(NLM)에 등록된 코로나19 백신 3상 시험 정보에 따르면 화이자와 모더나의 3상 시험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것뿐만 아니라 임산부나 특정 연령대, 특정 질환이 있는 자, 면역저하 환자 등 다양한 대상군을 모집해 시험을 진행했다.

반면 NLM에 따르면 스푸트니크 V는 5개국에서 진행 중인 6개 3상 시험 모두 18세 이상 성인을 무작위로 모집해 진행 중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정 대상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사전에 밝혀내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가능한 대목이다.

제롬 김 사무총장은 "화이자와 모더나, AZ 등의 백신의 임상시험 데이터는 통계적 의미에서 매우 큰 '견고성'을 가지고 있다"며 "(백신 임상시험에서) 중요한 것은 심각한 감염, 입원 및 사망 등 다양한 요인으로부터 얼마나 보호를 할 수 있느냐다"라고 말했다.

[팩트체크] '보험용'으로 관심받는 러시아 백신, 의구심 해소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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