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서만 지난해 114건…"디지털 범죄로 이어질 수 있어 대책 시급"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간다"…끊이지 않는 '불법 촬영' 범죄
다른 사람의 신체를 몰래 찍는 불법 촬영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26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위반으로 114건이 적발됐다.

2018년 90건, 2019년 128건으로 관련 범죄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전주완산경찰서는 지난 24일 오후 8시께 전주의 한 쇼핑몰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휴대전화를 이용해 여성의 신체를 촬영한 20대 A씨를 조사하고 있다.

그는 단발머리 가발을 쓰고 귀걸이를 하는 등 여장을 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5일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의 한 상가건물 여자 화장실에서도 휴대전화로 촬영 중이던 남성이 한 여성의 신고로 붙잡혔다.

지난 13일 정읍의 한 피트니스센터 여자샤워실에서는 환풍기 틈 사이로 휴대전화를 넣어 촬영한 고등학생이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불법 촬영 범죄가 이어지면서 인터넷에서는 불안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대학생은 "중학교 때 옆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을 하는 것 같은 낌새를 눈치챘는데 겁이 나서 경찰 신고도 하지 못했다"며 "그 뒤론 화장실을 갈 때마다 매번 옆 칸을 확인하고 이용한다"고 호소했다.

네티즌들도 "화장실도 마음대로 이용 못 하겠다", "왜 촬영하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된다"며 비슷한 댓글을 달았다.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간다"…끊이지 않는 '불법 촬영' 범죄
전문가들은 불법 촬영된 영상물이 디지털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를 막을 대책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봉귀숙 익산여성의전화 대표는 "성범죄에 관한 처벌이 강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가 그 범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며 "형량을 강화하거나 성범죄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여성긴급전화 1366 전북센터 관계자도 "불법으로 촬영된 사진이 인터넷으로 유포됐을까 봐 불안하다는 상담 전화가 오고 있다"며 "촬영 방식이 점점 더 교묘해지는 만큼 이를 막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