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위반' 이소선 여사 재심은 당연…진실 밝혀져야"
41년간 노동운동에 매진한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故) 이소선 여사의 1980년 '계엄포고 위반' 사건에 관해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재심이 시작됐다.

이번 재심 청구 대상 판결은 수도경비사령부 계엄보통군법회의에서 1980년 12월 6일 징역형을 선고한 계엄포고 위반 사건이다.

이 여사는 당시 청계피복노조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계엄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2차례 옥내외 집회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여사는 1980년 5월 4일 오후 9시 30분께 서울 성북구 고려대 도서관 앞에서 학생들 5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시국 성토 농성에 참여해 청계피복노조의 결성 경위와 노동자들의 비참한 생활상 등에 관한 연설을 했다.

고려대와 청계피복노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당시 고려대 학생들은 군부독재를 반대하며 사흘간 철야농성을 하고 있었고, 이 여사가 방문해 "교내 시위에 그치지 말고 밖에 나가 싸워라. 가두시위를 나가야 한다"고 독려했다.

또 닷새 뒤인 같은 달 9일 오전 10시께 서울 영등포 여의도동 한국노총회관에서 열린 금속노조 대의원회의에서 금속노조원 약 600여명과 합세해 "노동 3권을 보장하라, 민정을 이양하라, 동일방직 해고자 복직시켜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당시 노동계에서는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한국노총의 민주화를 촉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었으며, 이 집회 역시 금속노조 지도부의 민주화를 촉구하는 취지에서 진행됐다.

계엄당국은 이 여사의 노동운동을 모두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수사기관에서 구속해 조사한 뒤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형 집행은 관할 사령관의 재량으로 면제했다는 관련 기록이 남아있다.

이번 재심 청구에 앞서 이 여사의 유족들은 검찰 관계자와 만나 "적극적으로 재심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여사의 딸이자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인 전순옥 전 의원은 당시 상황에 대해 "80년 봄에 어머니가 학생들 앞에서 연설하신 뒤 수배령이 내려져 몸을 피하셨다"며 "그동안 군인들이 툭하면 집에 찾아와 총을 들고 장롱을 뒤지며 어머니 있는 곳을 말하라고 협박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오빠가 돌아가신 뒤로 87년까지 온 가족이 간첩으로 몰려 동네 사람들이 손가락질했다"며 "그동안 억울한 것이 많았는데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태일 열사의 남동생이자 이번 재심에서 유족 자격으로 재판에 참여할 전태삼씨는 "12월에 필동에 있는 수경사 법정에 가서 어머니를 본 기억이 난다"며 "어머니는 수의를 입고 오랏줄에 묶여 총검을 든 군인들 사이로 걸어 나오시다 주저앉기도 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료상에는 형 집행이 면제된 것으로 나오는데 가족들은 선고 이후 서울형무소에 가서 어머니를 본 기억이 있다"며 "재심 사건 기록을 수집해 다시 면밀히 보겠다"고 했다.

1972년부터 청계피복노동조합원으로 활동하며 이 여사와 함께 노동운동에 투신했던 이숙희 전태일재단 교육위원장도 "청계피복노조는 물론이고 노동자를 위한 일이라면 매일같이 나가셨다"며 "재심은 당연하다.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노동 3권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