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의대 정재훈 교수 "'백신 100% 안전하냐'는 질문이 제일 답하기 어려워"
정치적 중립 지키려고 노력…"코로나19 관련 최악의 가짜뉴스는 남양유업 불가리스"


"'코로나19 백신은 100% 안전한가요', '백신 맞아도 되나요' 같은 질문이 가장 답하기 어려워요. 의학은 경험에 기반을 둔 학문이기 때문에 0%와 100%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22일 코로나19 가짜뉴스와 싸우는 젊은 의사 정재훈(37) 교수는 인천광역시 남동구 가천대 의대 개인 연구실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이같이 털어놨다.

정 교수가 대중과 언론에 이름을 알린 건 지난해 10월 독감백신 상온유통 및 접종 후 사망 사태가 불거진 이후부터다.

당시 그가 대중의 백신 공포증을 불식시키기 위해 "백신을 맞고 사망했다고 해서 사인이 백신 접종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올린 페이스북 글이 '대한의학회지'(JKMS)에 실리면서 명실상부한 '감염병 소통 담당 의사'가 됐다.

정 교수는 반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19 백신에 대해서도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며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그는 "언론이라는 정보의 '중간 유통업체'를 거치면서 전문가들의 의견이 왜곡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며 "내가 직접 정보를 '산지 직송'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 대중과 소통에 나섰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 교수와의 일문일답.

-- 대중과 소통하는 능력은 어떻게 쌓았나.

▲ 교수가 되기 전에는 게임을 엄청나게 많이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 활동을 활발하게 했는데, 예방의학을 공부하던 의사로서 그런 곳에 메르스 관련 팩트체크가 안 된 글이 올라오면 답답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이슈가 발생하면 익명으로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에 글을 쓰고, 댓글이 달리면 실시간으로 답글을 달며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졌다.

-- 감염병 영역에서 대중에게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가.

▲ 백신 접종을 독려하다 보면 "아무리 접종 이익이 크다고 해도 나한테 이상 반응이 생기면 나에게는 이상 반응 발생률이 100%가 되는 것 아니냐"는 항의도 나오는데, 이런 지적에 대한 답변이 가장 어렵다.

의학은 어떤 결정이 가져올 어쩔 수 없는 희생보다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하면 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공리주의적 철학을 기저에 깔고 있는 학문이다.

의학에서 사람의 죽음은 숫자에 불과한데, 냉정하게 보일 수 있지만 이런 식의 접근이 세상을 좋게 만든다고 믿는다.

-- 대중과 소통하는 전문가가 지녀야 할 자질에는 어떤 것이 있나.

▲ 전문성도 갖춰야 하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수 있는 열린 태도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정치적 중립이다.

기계적이라는 비판을 받을지언정 정치적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정한 의도를 갖고 한 발언에 결국 내 발목이 잡힐 거라고 생각하면서 최대한 조심하고 있다.

-- 정치적 중립을 지켰는데도 비판을 받는 경우가 있나.

▲ 유전자증폭(PCR) 방식보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신속항원진단키트나 자가검사키트 도입은 누가 주장하는지와 관계없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덕분에 정부 여당에서 신속검사를 주장했을 때는 그쪽 지지자들에게서 공격을 받고, 오세훈 시장이 자가검사를 제시하고 나니 야당 쪽에서 나를 어용학자라고 한다.

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꼭 접종하는 게 사회적으로 이득이라고 표현하는데, 이게 정부 입장이랑 똑같다 보니 반정부 진영에서 공격을 정말 많이 받았다.

그런데 이건 내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작년 10월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 보도를 쏟아낸 언론에 비판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어떤가.

▲ 작년 10월부터 지금까지 6개월간 나랑 통화를 꾸준히 해온 기자들이 일부 있다.

이 기자들은 점점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전문가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

이건 대중도 마찬가지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사태와 백신 관리 문제가 불거져 나온 게 거의 처음이었기 때문에, 모두가 처음 경험하는 시기를 지나고 나면 점점 더 나아질 거라고 기대한다.

-- 그래도 여전히 언론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 코로나19 대유행이나 백신과 혈전 간의 인과관계 등 중요한 사안에 대한 질문에는 최대한 길고 자세하게 답하려고 노력하는데, 그중에서 기사에 들어가는 건 한 문장 반 정도뿐이다.

게다가 이게 내 의도와 다르게 나가 독자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경우도 있어서 안타깝다.

-- 정부의 감염병 커뮤니케이션에서 잘한 부분과 아쉬운 부분을 꼽아본다면.
▲ 일단 누군가 브리핑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시도는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위기 상황에서 발언자가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총리실, 보건복지부 장관부터 청와대까지 너무 많다는 점은 아쉽다.

그러면서 어렵고 나쁜 일은 모두 질병관리청에서 알리고, 좋은 소식은 그 윗선에서 나온다.

이런 문제가 지속하면 그 어떤 의사도 정부에서 일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 코로나19 관련 최악의 가짜뉴스를 하나만 꼽는다면.
▲ 불가리스가 코로나19를 억제한다는,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가짜뉴스가 바로 떠오른다.

백신이 치매를 유발한다느니, 빌게이츠가 코로나19를 만들었다느니 하는 내용은 단순한 음모론이다.

그런데 남양유업의 불가리스 관련 발표처럼 과학에 조미료를 쳐서 상업적 이익을 취하는 건 정말 너무 나쁘다.

또 하나는 정치인 발(發) 나쁜 표현이다.

국회의원들이 해외 승인을 받은 백신을 '검증받지 않았다'고 하거나, 백신 안전성을 문제 삼으며 접종받는 사람을 '마루타'라고 지칭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발언들이 안 좋은 저널리즘과 결합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받아들이는 대중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 시민은 이 사회의 주인이기 때문에 중요한 이슈가 있으면 열심히 알아보려는 노력을 어느 정도는 해야 한다.

정보 소비자로서 수동적이기보다는 능동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걸 가능하게 만드는 게 언론의 역할이다.

다양한 정보를 균형감 있게 제공해서 우리 자손들이 감염병 유행을 겪을 때는 지금보다 더 잘 대응할 수 있길 바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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