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효과', '재건축 기준 완화' 전망 놓고는 전문가 의견 엇갈려
'재건축 활성화' 시동에 "속도 조절·로드맵 필요" 목소리도

전문가들은 21일 서울시가 압구정·여의도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자 "오세훈 시장이 부동산 규제를 본격적으로 풀기 위해 포석을 놓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오 시장 취임 후 규제 완화 기대감에 압구정 등 재건축 단지에서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호가가 뛰자 본격적으로 규제를 풀기에 앞서 시장 불안 요인을 미리 차단하고자 토지거래 규제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이날 서울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앞서 국토교통부에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해달라는 요구안을 담은 건의안을 발송해 이런 해석에 힘을 보탰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재건축 규제 완화에 앞서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해 고육지책을 쓴 것 같다"며 "규제를 풀어주면 집값이 급등할 수 있는데, 이걸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오세훈 시장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양면 작전을 쓰는 것 같다"며 "한편으로는 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집값이 오르면 언제든 규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오 시장은 한강변 35층 층고 규제를 풀고 정비사업을 통해 서울에 18만가구 이상의 택지를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는데, 규제를 풀면 집값 불안이 야기될 수 있으니 일단 거래를 묶어 투기적 가수요를 차단하고 시작하겠다는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吳 토지거래허가는 규제 완화 포석…가격 안정 효과는 제한적"

서울시는 이날 압구정아파트지구와 여의도아파트지구 및 인근 단지, 목동택지개발사업지구, 성수전략정비구역을 1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현행 법령상 거래 허가 면적인 '주거지역 180㎡, 상업지역 200㎡ 초과' 기준보다 훨씬 강력한 '주거지역 18㎡, 상업지역 20㎡' 기준을 적용했다.

지정 효과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는 해당 지역의 거래량은 줄겠지만, 가격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전문위원은 "지난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잠실, 삼성·대치·청담동 등 지역보다는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이지만, 가격은 횡보하거나 강보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압구정, 여의도·목동 등은 낡은 아파트가 많고, 실수요보다 투자수요가 주로 움직이는 지역이어서 주택 구입 즉시 2년 거주 조건 등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함영진 랩장도 "거래 시 허가 부담은 커졌으나 정비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사전 포석으로 읽히면서 당분간 거래량은 줄고 가격은 강보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저금리 상황과 풍부한 부동자금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지난해 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면서 바로 옆 신천동의 파크리오 아파트로 매수세가 몰려 가격이 상승하는 등 풍선효과가 나타났는데, 이번에도 인접 지역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도 풍선효과를 우려하면서 "정책 효과가 나려면 임팩트 있게 구역 지정을 더 넓게 했었어야 한다.

2·4 대책 때처럼 현금청산 카드를 꺼냈다면 효과가 더 강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심교언 교수는 "지금은 워낙 집값이 많이 오른 상황이어서 이전처럼 풍선효과로 인근 지역 집값이 크게 튀어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吳 토지거래허가는 규제 완화 포석…가격 안정 효과는 제한적"

국토부가 이날 서울시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요구에 호응할지에 대해서도 엇갈린 전망이 나왔다.

권대중 교수는 "중앙 정부가 서울시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국토부가 서울에서 추진하는 공공 재건축 등 사업도 사실 사업승인권자가 서울시장이다.

서울시도 권한의 한계로 중앙정부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오세훈 시장 역시 중앙정부에 쓸 수 있는 카드가 있는 셈"이라며 "서로 상생 협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오세훈 시장이 앞으로도 국토부에 공문을 보내거나 국무회의 발언 등을 통해 서울시 부동산 정책을 진전시키기 위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심교언 교수는 정부와 서울시의 부동산 정책 기조의 차이가 커 좁혀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마찰이 더 커지고 갈등이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심 교수는 "서울시는 직권으로 가능한 35층 층고 규제 완화나 토지 용도변경, 공공기여 비율 축소 등 규제 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안전진단 기준이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을 손대지 못하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펴는 데 따른 우려도 나왔다.

함영진 랩장은 "서울에 정비사업이 필요한 곳이 많지만, 속도 조절도 필요하다"며 "70∼8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재건축에 들어가는 경우 임대차 시장에 미칠 악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기변동이나 3기 신도시 공급, 입주가 몰리는 경우 수급불균형 문제 등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집값 불안을 억제하는 선에서 일종의 로드맵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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