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기계 구해 인천 공장 재가동…모금에 주민 242명 참여
화마가 앗아간 장애인 일터, 주변 도움에 한달 만에 재기
갑작스러운 화재로 공장이 완전히 타는 등 큰 피해를 본 장애인들의 일터가 주변의 도움으로 한 달 만에 재기했다.

18일 장애인복지단체인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에 따르면 이 단체는 이달 초부터 서구 당하동에서 새로운 화장지·종이 제조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지난달 2일 이 단체가 운영하던 인근의 제조공장에서 불이나 공장 건물과 생산 설비, 원자재 등이 타는 피해를 본 지 한 달 만에 재기에 성공한 것이다.

제품 상하차 때 필요한 비가림막 등 시설이 완벽히 갖춰지지는 않았지만, 화재 전 수준의 제품 생산은 가능한 상태다.

이 단체는 화재 복구를 위해 불이 난 공장 인근의 다른 공장 건물로 이사했고, 제품 생산에 필요한 중고기계도 구했다.

이 단체의 빠른 재기로 불이 나기 전 공장에서 근무하던 중증장애인, 노인, 청년 등 취약계층 45명은 휴직 없이 계속 일할 수 있게 됐다.

윤기상(59)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 대표는 "보통 공장 화재를 복구하는 데 6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하지만 저희는 한 달 만에 재가동에 들어갔다"며 "새로운 설비를 주문하면 나올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중고 기계를 알아봤다"고 말했다.

화마가 앗아간 장애인 일터, 주변 도움에 한달 만에 재기
이들이 재기에 성공할 때까지 주변에서 이어진 도움의 손길은 큰 응원이 됐다.

우선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인천시 서구는 공장 등록 등 관련 행정절차와 화재에 따른 폐기물 처리가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인천시 서구가 지역 화폐 플랫폼에서 지난달 10∼26일 진행한 모금 활동에는 주민 242명이 참여해 236만원이 모였다.

또 지역 새마을금고와 청년단체 등도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를 지정해 기부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윤 대표는 서구와 협의해 기부금을 직접 받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민들레지역복지가 기부금으로 단체의 생산 물품을 구매해 장애인시설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윤 대표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기부금으로 우리 물품을 사주는 것 자체가 일자리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직접 기부금을 받기보다는 우리 물품을 구매해 다른 곳에 지원하는 게 기부자들의 뜻에 더 맞는 거라고 보고 구청과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화마가 앗아간 장애인 일터, 주변 도움에 한달 만에 재기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는 2010년 4월 설립됐다.

같은 해 11월 중증장애인 생산품 시설로 지정됐고, 12월에는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이후 취약계층을 고용해 서구 당하동에서 화장지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운영하던 중 지난 3월 2일 사고를 당했다.

소방당국은 당시 화재의 재산 피해 규모를 7천600만원으로 추산했으나 윤 대표는 실제 피해액이 15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공장이 샌드위치 패널 구조인데다 원재료인 종이와 화장지 등 가연성 물질이 많아 불길은 삽시간에 번졌고 완전히 진화되는 데 5시간 50분이 걸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