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관련 없는 사건이라며 각하한 1·2심 뒤집어
대법 "中회사 못받은 대금 모회사 있는 한국서 소송 가능"
물품대금을 놓고 중국에서 중국 기업 간 분쟁을 겪는 사건이라도 분쟁 당사자가 한국 기업의 100% 자회사라면 국내 법원에서 재판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중국 회사들이 부산에 본점을 둔 A사를 상대로 낸 물품 대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들의 소송을 각하한 원심을 깨고 1심인 부산지법 동부지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부산이 본사인 A사는 2000년 50만 달러를 출자해 중국에 유한회사인 B사를 설립한다.

B사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던 중 중국 현지 회사들과 물품 대금을 놓고 분쟁이 벌어졌고, 중국 현지의 4개 회사는 A사를 상대로 물품 대금 1천500만원을 달라며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4개 회사는 A사가 B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만큼 중국 회사법에 따라 미지급 물품 대금 채무에 대해 연대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중국에서 중국 기업 간에 벌어진 일로 중국법을 적용해 한국 법원에 소송을 낸 사건은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없다며 소송을 각하했다.

2심 역시 소송이 부적합한 만큼 각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고인 A사의 주소지가 한국인 만큼 "이 사건의 소송은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며 국내 법원에서 재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사의 재산이 한국에 있어 원고들이 승소할 경우 권리구제나 재판의 실효성 측면에서 한국 법원의 국제재판 관할을 인정하는 게 재판의 적정성과 신속 이념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또 A사가 한국 기업이고 B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어 분쟁이 벌어지면 국내 법원에 A사를 상대로 관련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예측할 수 있었고, A사 입장에서 국내 법원이 중국 법원보다 불리하다고 볼 수 없다는 점도 반영했다.

적용하는 법이 중국법이라는 주장에도 "법률 관계의 준거법이 중국 회사법이라고 해도 소송과 한국 법원 사이의 실질적 관련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1심과 원심은 국제재판관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1심 법원에 환송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