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방지법 적용 유사 판례 전무…"처벌 불가능" vs "가능" 의견 분분
공직자 때 얻은 미공개 정보로 퇴직 후 땅 샀다면 처벌은
최근 부동산 투기 혐의로 전직 인천시의회 의원이 경찰 수사선상에 오른 가운데 공직자 때 얻은 미공개 정보로 퇴직 후 땅을 산 경우 처벌이 가능한지 의견이 분분하다.

이 시의원은 임기 중에 얻은 정보를 이용해 자리에서 물러난 뒤 부동산을 산 혐의를 받는데 지금까지 이런 사례로 처벌한 판례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14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지난 12일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전 인천시의원 A(61)씨를 소환해 조사했다.

그는 변호인이 입회한 상태에서 당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장시간 조사를 받았다.

경찰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고 의심하는 A씨 혐의와 관련된 토지는 크게 두 곳이다.

A씨가 2017년 8월 19억6천만원에 사들인 서구 백석동 한들도시개발 사업지구 일대 부지 3천435㎡와 2019년 4∼9월 매입한 서구 금곡동 일대의 4개 필지 총 8천336㎡다.

경찰은 백석동 부지와 금곡동 4개 필지 모두 A씨가 시의원으로 재직할 당시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사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백석동 부지의 경우 A씨가 매입하고 2주 뒤에 한들도시개발 사업지구로 실시계획 인가를 받았다.

토지매입 비용 19억6천만원 가운데 16억8천만원을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그는 이후 현재 시가로 50억원 상당인 상가 부지를 '환지 방식'으로 받았다.

환지는 도시개발 사업 과정에서 토지주들에게 돈 대신 다른 땅으로 보상하는 것을 뜻한다.

이 백석동 부지를 매입할 당시 A씨는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했지만 금곡동 일대 4개 필지를 산 2019년에는 시의원 자리에서 물러난 상태였다.

부패방지법 제7조의2 '공직자의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 조항에 따르면 공직자는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

또 제삼자가 같은 이득을 얻게 해서도 처벌받는다.

이 조항에 따르면 A씨가 시의원으로 재직할 당시 매입한 백석동 부지의 경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사실이 드러나면 그에게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다만 금곡동 4개 필지는 A씨가 시의원이 아닐 때 샀기 때문에 부패방지법을 적용할 수 있을지 의견이 엇갈린다.

이는 부패방지법 제7조의2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법 적용 여부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로 이익을 얻은 시점을 공직자일 때로 한정하면 A씨의 금곡동 땅에 대해서는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

그러나 비밀을 알게 된 시점에 방점을 찍고 그 시기가 공직자일 때였다면 퇴직 후에 이익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 금곡동 4개 필지의 부패방지법 위반죄 적용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A씨와 함께 이 땅들을 공동 매입한 모 국회의원의 형과 현직 공무원의 아내를 처벌할 수 있을지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통상 뇌물수수 사건에서 공무원일 때 어떤 청탁을 들어주고 퇴직 후에 금품을 받았다고 하면 뇌물수수죄가 아닌 뇌물약속죄를 적용한다"며 "부패방지법도 법 조항을 그대로 해석하면 퇴직 후에는 적용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금곡동 부지에 대해서도 A씨에게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면서도 "공직자가 재직 당시 얻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퇴직 후에 이익을 얻어 처벌받은 판례가 지금까지는 전혀 없어 신중하게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