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급 동결에 대한 조합원 불만 해소 못 한 탓"…노조 부담 가중
사측, 추가 제시 여력 없다는 입장…향후 교섭 불투명
700일 넘긴 현대중 임단협, 사상 첫 2차례 부결…핵심은 임금
현대중공업 노사가 사상 처음으로 2차례 연속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 통과에 실패한 것은 '임금 문제'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2019·2020년 2년 치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벌였으나 53.99% 반대로 부결됐다.

2차 잠정합의안은 1차 잠정합의안에 조선산업 발전을 위한 특별격려금 200만원을 추가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앞서 부결된 1차 잠정합의안은 2019년 임금 4만6천원 인상, 2020년 기본급 동결, 성과금과 격려금 지급, 법인분할 과정에서 발생한 노사의 각종 소송 취하 등으로 요약된다.

1차 잠정합의안이 지난 2월 5일 부결(반대 58%)된 이후 50여 일만인 지난달 31일 2차 잠정합의안이 도출됐으나, 사내 자유게시판 등에서 공유되는 조합원 분위기는 썩 좋지 않았다.

특히, 2020년 기본급 동결이 2차 잠정합의안에서도 유지된 것과 사실상 물적분할(법인분할) 위로금에 해당하는 특별격려금 규모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일부 현장 조직은 투표에 앞서 유인물을 내고 부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노조 집행부도 기본급 동결에 대한 반발 분위기를 가장 큰 부결 요인으로 꼽았다.

일각에선 현 노조 집행부가 법인분할 반대 투쟁 과정에서 발생한 해고자 문제 등에 집중해 교섭을 장기간 끌어온 것에 대한 불만도 부결에 반영된 것으로 본다.

현 노조 집행부 역시 사측과 함께 마련한 잠정합의안이 2번 연속 부결된 탓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700일 넘긴 현대중 임단협, 사상 첫 2차례 부결…핵심은 임금
이번 부결로 현대중공업 임단협 교섭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사측은 2차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면서 여러 차례 '더는 양보할 것이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사측은 올해 들어 신규 수주 물량이 늘어나는 등 경기 회복 기미가 있으나, 실제 조선업 현장에 수주 영향이 반영되려면 최소 1년 이상은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추가 제시를 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재교섭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2년 치 임단협이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에서 올해 임협도 시작할 시기가 돼 교섭 부담이 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부에선 2년 치를 넘어 3년 치 교섭을 통합해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벌써 나오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투표 전 조합원들에게 '아쉬움이 있더라도 2년 치를 마무리하고 상대적으로 경영 상황이 나아질 올해 임협에서 더 쟁취하자'고 설명했으나 조합원 마음을 얻지 못했다"며 "향후 대책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노사는 2019년 5월 2일 상견례 이후 같은 달 31일 법인분할 주주총회를 놓고 갈등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벌어진 노조의 주총장 점거와 파업, 이에 따른 사측의 징계 등으로 해를 두 번이나 넘겨 임단협을 끌어왔다.

이번 부결로 교섭 기간은 700일을 넘기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