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공노조, 공직자 재산등록 의무화 중단 요구 성명 발표
"투기 의혹은 하위직 공무원보다는 지역 정치인" 목소리도
[3·29투기대책] "우리도 재산등록 하라고?"…100만 공직사회 볼멘소리(종합)
정부가 공직자 재산등록 범위를 모든 공무원으로 확대하기로 하자 공직사회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29일 오후 열린 긴급 반부패정책협의회는 모든 공직자 재산등록 의무화를 포함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재발 방지 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재산등록 대상을 9급까지 전 공무원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재발 방지 대책 중 하나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일반직 공무원은 국가·지방직 4급 이상, 경찰공무원은 총경 이상, 소방공무원은 소방정 이상 고위공무원 등을 재산등록 대상으로 규정한다.

지난해 나온 행정안전부 '2020 행정안전통계연보'가 집계한 2019년 12월 기준 전국 공무원 수는 110만4천여 명에 이른다.

정부는 모든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까지 더하면 재산등록 의무화 대상은 130만명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3·29투기대책] "우리도 재산등록 하라고?"…100만 공직사회 볼멘소리(종합)
대구공무원노동조합은 이날 전 공직자 재산등록 의무화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대구 공노조는 "모든 공직자가 심사 대상이 된다면 이에 따른 조직 증설과 인력 추가 배치는 불가피하고 부실 심사가 필연적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로도 충분히 부패 조사와 처벌을 할 수 있는 일에 국민 혈세를 또다시 낭비하려 한다"며 "공무원 노동자와 조직이 범죄집단이라는 사고의 전제가 아닌 다음에야 도무지 생각할 수 없는 정책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막무가내식 정책에 분노하며 재산등록 의무화를 즉시 중단하고 하루 속히 실효성 있는 정책을 수립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공식 입장을 밝힌 대구 공노조 외에도 지방 공무원 대다수가 재산등록 필요성에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등 부정적인 분위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청 한 7급 공무원은 "재산 등록을 의무화한다면 따를 수밖에 없겠지만, 일부 일탈이 공직사회 전체 신뢰를 무너뜨린 것 같아 착잡하다"며 "8∼9급 하위직 공무원들은 사회 초년생이 많은 데 불만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옥천군 6급 공무원은 "LH 사태 불똥이 왜 우리 같은 하위직 공무원한테까지 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파트 1채와 자동차 1대가 재산의 전부여서 등록에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겠지만 마이너스 예금을 공개하는 게 창피하기는 하다"고 덧붙였다.

영동군의 7급 공무원도 "재산 등록할 게 집, 예금, 차량밖에 없다"며 "투기 근절 목적은 이해하지만, 대상을 너무 광범위하게 잡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창원시 6급 공무원은 "설사 무슨 정보가 있다 한들 살 능력이 있는 말단 공무원이 있을까 싶다"며 "사업부서나 이해관계가 있는 공무원들은 몰라도 애먼 하위직 공무원들까지 재산등록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털어놨다.

한 제주도 공무원은 "월급 외 별다른 소득이 없는데 재산까지 공개해야 하느냐"며 "박봉에 조금씩 투자하는 것까지 공개되면 부끄러워질 따름이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강원도청 한 공무원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취지에서 나왔다지만, 접근법과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잘못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부동산 투기와는 거리가 먼 하급직 공무원까지 싸잡아 잠재적 범죄인으로 취급하는 것 같아 몹시 씁쓸하다"고 말했다.

강원도 또 다른 하급직 공무원은 "하급직 공무원이 돈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기 의혹은 오히려 지역 정치인이나 도시계획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할 가능성이 더 있다"고 꼬집었다.

(이정훈 이재현 고성식 전창해 기자)
[3·29투기대책] "우리도 재산등록 하라고?"…100만 공직사회 볼멘소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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