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석모란공원 안치 예정…일본서 김대중·김지하 구명운동 앞장
'분단시대의 망명객' 통일운동가 정경모 유해 고국 온다
50여년 해외에서 활동하다 최근 작고한 재일 문필가이자 통일운동가 정경모(1924∼2021)씨의 유해가 고국으로 돌아온다.

24일 '분단시대의 망명객 고 정경모 선생 유해봉안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별세한 정씨의 유해가 이달 31일 항공편으로 한국에 올 예정이다.

유해봉안위는 이어 내달 1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로역 인근 '공간 채비'에서 시민 조문을 받는다.

2일에는 강북구 통일의 집과 경기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서 각각 노제와 봉안식이 열린다.

송경용 시민사회단체연석회의 사회연대위원장(신부), 이승환 통일맞이 이사장, 이종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전 국회의원), 이창복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 조성우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가 유해봉안위 공동위원장을 맡는다.

유해봉안위 관계자는 "일본에 있는 부인과 자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문제로 귀국하지 않고 한국에 사는 조카가 유족을 대표해 조문객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1924년 서울에서 태어난 정씨는 경기공립중학교를 졸업하고 1945년 일본 게이오대 의학부를 수료했다.

광복 후 서울대 의학부에 편입했다가 중퇴하고 국비장학생으로 미국 유학을 떠나 에모리대 문리학부를 졸업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연합군 통역관을 맡았고, 판문점 휴전회담에도 참가하며 민족상잔과 분단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1970년 일본으로 건너간 고인은 1973년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사건 당시 구명운동을 벌였고, 김지하 시인 석방운동도 주도했다.

여운형·김구·장준하 3명이 만나서 대화를 나눈다는 내용의 픽션집 '운상경륜문답'(雲上經綸問答)은 1980년대 한국에서 '찢겨진 산하'라는 제목으로 해적 출간(정식 출간은 1992년)돼 대학생들 사이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89년에는 문익환(1918∼1994) 목사와 함께 방북해 북한의 허담 조국평화통일위원장과 4·2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조사를 받고 '자수서'를 쓰면 귀국을 허가하겠다는 공안당국의 제안을 거부한 채 일본에서 여생을 보냈다.

일본에서 출간된 '어느 한국인의 마음-조선통일의 새벽에'(1972), '일본인과 한국'(1974), '한국민중과 일본'(1976), 자서전 '역사의 불침번 망명 한국인의 회상록'(2001) 등 저작을 남겼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 황석영의 소설 '장길산', '손님' 등을 일본어로 번역해 소개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