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제 역할 못해 학생들에게 실망감" 분석

"이번 총학 선거운동본부(선본)는 운동권인가요?"

최근 서울대 '에브리타임' 게시판에는 내주 시작되는 총학생회 선거를 앞두고 선본의 정치적 성향을 묻는 글이 다수 올라와 학생들 사이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22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서울대 등 일부 대학 총학 선거에서 '운동권'으로 분류되는 학생회에 대한 반감이 표출되고 있다.

과거 민주화운동 시절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정권을 잡은 뒤 보인 모습이 학생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서울대생은 최근 에브리타임 게시판에 "(운동)권들이 학생회장 (후보로) 나왔으니 안 뽑는다.

아예 투표를 하지 않아야 정족수가 안 채워져 무산될 것"이라며 총학 선거에 참여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이 게시물은 높은 공감을 얻으며 게시판 상위에 수일간 노출됐다.

서울대 사회대 학생회장 선거에 단일 후보로 출마한 'homie(호미)'는 "'진보의 요람'으로 불려왔던 서울대 사회대의 슬로건이 너무 오래됐다"며 "학생 투표로 슬로건을 새롭게 정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학생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 선본은 세칙 위반 등으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그러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운동권 선관위가 비운동권 선본을 탄압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운동권에 비판적인 학내 여론이 나타나자 지난 17일에는 서울대 관악캠퍼스 곳곳에 "'민중해방의 불꽃(서울대 총학생회 슬로건)' 탈퇴하고 새학생회 시작하자"라는 내용이 담긴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캠페인을 주도한 김은구 서울대 트루스포럼 대표는 "현재 총학생회가 80년대 운동권을 그대로 계승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며 "기존의 학생회 조직과는 독립된 별도의 새 학생회를 만들어 교섭권을 획득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화여대에서는 지난해 11월 출마한 총학생회 선본이 정당과 유착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면서 선거가 무효 처리됐다.

이 선본은 서울서부지법에 선거 무효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지난달 16일 신청이 인용돼 이달 5일 뒤늦게 당선 처리됐다.

그러나 당선 결정 이후에도 이들을 당선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익명 대자보가 부착되고, 학내 게시판에 '(운동)권아웃'이라는 말머리의 글이 릴레이로 게시되는 등 학생들의 반발이 일자 후보가 휴학 신청을 하면서 끝내 총학 구성이 불발됐다.
대학가 '反운동권' 정서…"586세대 향한 반감 투영"

운동권에 대한 대학생들의 반발 현상은 과거 운동권을 주도한 '586(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세대'에 대한 반감이 투영된 결과라는 의견이 나온다.

연세대 재학생 오모(24)씨는 "최근 정치인들 사이에서 불거진 성추행 문제만 해도 운동권들이 간과했던 문제가 드러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20대 운동권'도 그런 586세대들의 사상을 그대로 가진 학생들로 느껴져 거부감이 든다"고 말했다.

조영달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정치가 제 역할을 못 하면서 학생들에게 정치에 대한 실망감을 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에 대한 학생들의 우호적이지 않은 생각 등이 학생회에도 투영된다"며 "조국 사태 등을 겪으면서 청년들의 탈정치화 현상이 급격히 심화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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