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소속 농민들이 8일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정문 앞에서 '농지투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소속 농민들이 8일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정문 앞에서 '농지투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이 3기 신도시 지역 토지를 매입한 사실이 발각돼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이 항의시위를 조롱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8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A씨가 경남 진주의 LH 본사 홍보관·토지주택박물관 앞을 촬영한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는 시민들이 모여 시위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날 경남 진주의 LH 본사 앞에서는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규탄하는 농민과 시민단체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이들은 항의 표시로 LH 입간판 구조물과 사옥 등에 고춧가루, 밀가루, 세제, 날달걀 등을 던졌다.

A씨는 "층수 높아서 안 들려. 개꿀~"이라고 적었다. 그는 동료 직원들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도 공개했다. 대화에는 다른 직원이 "저희 본부에는 동자동 재개발 반대 시위함. 근데 28층이라 하나도 안 들림"이라고 적혀있다.

블라인드에서 특정 회사 소속으로 글을 쓰려면 인증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해당 누리꾼은 실제 LH 직원일 가능성이 높다.

누리꾼들은 "나 같으면 이런 글 안 올리고 조용히 있겠다", "대놓고 시민들 무시하네" 등의 댓글을 남기며 A씨를 비판했다.

같은 날 JTBC 보도에 따르면 LH 신입사원이 불법 투기를 계획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난해 LH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대구경북지역본부 토지판매부에서 근무한 B씨는 지인과의 사내 메신저 대화에서 "대구 연호지구는 무조건 오를 거라 오빠 친구들과 돈을 모아 공동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인들과 투자 자금을 모아 차명으로 토지를 매입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LH 직원은 본인이나 가족 이름으로 LH 소유 땅을 매입할 수 없다. B씨가 메신저에서 언급한 대구 연호지구는 지난 2018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돼 LH 직원들은 땅을 매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B씨가 판매부 직원으로 일하며 입수한 사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불법적으로 투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B씨는 취업 규칙을 위반하고 이 같은 투기 행위를 하려는 이유에 대해 "이걸로 잘리게 돼도 어차피 회사에서 평생 벌 돈보다 땅 수익이 훨씬 많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해당 대화 내용을 제보한 LH 직원은 "차명 투기나 사전 투기는 회사 안에서 암암리에 상당하다. 전혀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라며 "가족이 아닌 지인 명의로 차명 투기하는 직원들도 많다"고 주장했다.

불법 투기 의혹이 제기된 B씨는 "농담으로 한 말이며 연호지구를 매매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앞서 일부 LH 직원들은 이번 의혹이 불거진 후 블라인드에 해당 직원들을 옹호하는 글을 올린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한 LH 직원은 "LH 직원들이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말란 법 있나요"라면서 "내부정보를 활용해서 부정하게 투기한 것인지, 본인이 공부한 것을 토대로 부동산 투자한 건지는 법원이나 검찰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소속 농민들이 8일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정문 앞 표지석에 'LH 한국농지투기공사'라고 쓴 현수막을 둘러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소속 농민들이 8일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정문 앞 표지석에 'LH 한국농지투기공사'라고 쓴 현수막을 둘러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른 직원은 "(광명·시흥은) 개발제한구역이었던 곳이 공공주택지구 지정됐다가 취소돼서 특별관리지역이었다"며 "누가 개발해도 개발될 곳이었는데 내부정보로 샀다고 하다니"라고 반박했다.

또 다른 직원도 "요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하면서 부동산에 (투자가) 몰리는 판국에 LH 1만명 넘는 직원들 중 광명에 땅 사둔 사람들이 이번에 얻어걸렸을 수도 있다"며 "하나 터지면 무조건 내부정보 악용한 것 마냥 시끌시끌하다"고 했다.

이어 "막말로 다른 공기업·공무원 등 공직에 종사하는 직원들 중 광명 쪽 땅 산 사람 한 명 없겠느냐"고 덧붙였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