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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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발'인 시내버스 회사가 이르면 내년 하반기 주식시장에 처음으로 상장할 전망이다. 전국 시내버스 회사들을 잇따라 인수해 국내 1위 사업자로 올라선 사모펀드 운용사(PEF) 차파트너스가 이 회사들을 묶어 상장한 뒤 '국민기업'화 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혈세가 투입되는 시내버스를 인수한 사모펀드의 '먹튀'(단기 차익실현)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규제 도입에 나섰다.

시내버스 첫 IPO 도전

7일 지자체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차파트너스가 소유한 9개 버스회사는 최근 2020년 결산보고서를 일제히 일반기업회계기준(K-GAPP)에서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전환했다. 차파트너스 관계자는 "상장 요건을 맞추기 위해 버스회사에 IFRS를 도입했다"며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회계기준을 적용해 경영투명성을 높이고 기업을 선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파트너스는 버스회사들을 계열사로 둔 지주회사를 설립해 이를 기업공개(IPO)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고속도로 등 인프라 자산을 묶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맥쿼리인프라와 유사한 형태다. 상장시기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차파트너스가 지난해 부터 사들인 버스회사는 한국BRT, 동아운수, 동인여객, 대전승합, 명진교통, 송도버스, 강화선진, 삼환교통, 인천스마트 등 서울 인천 대전 지역 총 9곳으로 모두 900여대 버스를 보유하고 있다. 차파트너스는 연내 추가로 버스회사를 인수해 2000대까지 버스를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상장대상인 버스회사들은 모두 지자체가 운송비용 부족분을 보전해주는 준공영제에 속해 있다. 이로 인해 준공영제 시내버스 사업은 손실이 나지 않는 구조다. 또 차고지 등의 보유 부동산을 활용하고 과거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돼 발생하던 경영상 비효율을 개선하면 초과 수익을 낼 수 있어 안정적인 배당도 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차파트너스의 설명이다.

지자체 "단기 지분 매각·고배당 막을 것"

지자체들은 차파트너스의 이 같은 시도에 대해 당황하고 있다. 비용 손실분을 세금으로 메꿔주는 형태인 준공영제 회사를 민간 자본이 잇따라 인수하고 상장까지 추진할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수익률 조작, 폰지사기 등 불법행위가 드러난 라임펀드가 지난해 수원지역 최대 버스업체인 수원여객 매각과정에 관여해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나 버스업계에선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상황이다.

지자체 관계자는 "세금이 들어가는 버스회사를 사고 팔거나 상장하면서 단기간 내에 '먹튀'하는 일이 발생하면 대중교통 서비스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미리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보조금이 나가는 버스회사의 주주 변동에 대해 사전 검열을 실시키로 했다. 서울시는 최근 65개 준공영제 버스회사 전체에 주식양수도 또는 주주변경시 서울시와 협의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시와 사전 협의하지 않으면 경영평가에 불이익을 줄 방침이다.

대전시는 버스회사가 자기자본비율 40% 이상, 차입금의존도 20% 이하 등 재무건전성 지표를 맞추지 못하면 배당을 금지하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고배당으로 회사가 부실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지난 해 전국 7대 도시 준공영제 시내버스에 투입된 재정보조금은 지난해 1조6700억원으로 사상최대를 나타냈다.

시내버스 상장 찬반 엇갈려

시내버스 회사의 IPO에 대해선 찬반이 엇갈린다. IB업계에선 시중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시내버스가 새로운 인프라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시민들의 세금이 버스회사에 들어갈 것이라면 투명하게 주식시장에 상장돼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 왜 나쁜가"라며 "버스회사가 추구할 수 있는 연 3~6% 가량의 수익률만으로도 관심있는 기관투자가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IPO를 하게 되면 실적 위주 경영을 추구하게 되는 만큼 교통복지를 위해 재정이 투입되는 준공영제 버스회사는 상장대상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이신해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장은 "준공영제는 시민들에게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이동수단을 서비스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며 "특정인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