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서 40여 명 발만 동동…"도움 요청에 감감무소식"
"소관 어딘지 답답" 토로…지자체 "일손 모자라 제설 늦어져"
강원 산간 주민들 "폭설로 3일째 고립…병원 가야 하는데 불안"
"폭설로 3일째 고립돼있습니다.

눈 좀 치워달라고 이곳저곳에 전화해도 '알겠다'라고만 하고 조치가 없습니다.

병원도 가고 출근도 해야 하는 데 불안하고 겁도 납니다.

"
지난 1∼2일 폭설로 1m 안팎의 눈이 내린 강원 고성군 간성읍 진부리 유원지마을 12가구 주민 40여 명이 사흘째 집에서 옴짝달싹 못 하고 있다.

마을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46번 국도까지 이어지는 마을길을 집마다 짧게는 200m에서 길게는 500∼600m까지 제설해야 하지만 주민들이 60대 이상 고령인 탓에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번에 내린 눈이 물기가 많은 습설인 데다 폭설 후 기온 저하 탓에 삽으로도 퍼내기 어려울 정로 얼어붙어 주민들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강원 산간 주민들 "폭설로 3일째 고립…병원 가야 하는데 불안"
퍼내고 퍼내다 포기하고 놓아둔 길이 120㎝의 삽자루는 눈더미에 파묻혀 손잡이만 남았고, 집 앞 테이블에는 고봉밥처럼 눈이 켜켜이 쌓였다.

주민 이한성(69)씨는 "제설차가 한 번만 밀어주면 되겠는데 관공서에 연락해도 '알겠습니다'라고만 하고 감감무소식"이라며 "집 앞에 나가는 것도 힘든데 도로까지 나가는 건 엄두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답답한 마음에 국토관리사무소에까지 연락해 사정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다르지 않았다.

서울에서 귀촌해 3년째 이곳에서 지내는 이씨는 "폭설이 내렸을 때 '어떻게 제설해야 한다'는 체계가 전혀 없다"며 "아랫마을은 제설이 다 됐다는데 우리 마을을 홀대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답답해했다.

강원 산간 주민들 "폭설로 3일째 고립…병원 가야 하는데 불안"
강릉시 연곡면의 펜션단지에 사는 40대 A씨 가족도 이번 폭설로 인해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3·1절 오후 1시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그칠 줄을 모르면서 고립됐고, 설상가상으로 물과 전기, 통신이 모두 끊겨 20시간 가까이 발만 동동 굴렀다.

결국 펜션단지에 사는 5가구 10여 명 중 직장인은 지난 2일 출근하지 못한 채 제설에 매달려야 했고, 중·고교생 자녀도 눈삽과 넉가래를 들고 종일 눈더미와 씨름하며 새 학기를 맞아야 했다.

주민들은 겨우 탈출로를 뚫어냈으나 다음에도 폭설이 내린다면 어디에 도움을 구해야 할지 막막해하고 있다.

A씨는 "관계 기관에 연락해도 '우리 소관이 아니다', '사유지이기 때문에 해줄 수 없다'는 이유로 제설해주지 않더라"라며 "제설차로 5분이면 되는데 이럴 때는 도대체 어디에 도움을 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고성군 관계자는 "통행량이 많은 도심부터 제설작업을 하고 있고, 워낙 여러 군데서 작업이 이뤄지다 보니 일손이 모자라 일부 외곽지역은 늦어지고 있다"며 "불편이 없도록 최대한 빨리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강원 산간 주민들 "폭설로 3일째 고립…병원 가야 하는데 불안"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