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반시설 상당수, 환경변화 적을 것이란 예상 속 수십년 전 건설"

최근 미국서 벌어진 '혹한에 따른 대규모 정전사태'는 기후변화로 기상이변이 심해지고 있는 시대를 맞아 낙후한 기반시설의 위험성을 미리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번 주 미국을 덮친 기록적인 혹한에 텍사스·오클라호마·미시시피주(州) 등지에서 정전사태가 발생했을 뿐 아니라 미국 원유생산의 3분의 1이 멈췄다.

또 20개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접종이 차질을 빚었고 오하이오주에선 식수공급이 중단되기까지 했다.

NYT는 이번 사태가 '기후변화로 기상이변이 심해지고 빈번해지면서 국가경제 근간인 기반시설이 받는 스트레스가 커지는 상황'에 대한 경고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도로·철도·전력·상수도망과 발전시설, 산업폐기물처리시설 등 기반시설 상당수가 수십 년 전 건설됐다"라면서 "이 시설들은 주변 환경이 유지되거나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만 환경이 변화할 것이라는 예상에 기반해 설계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기후변화는 이런 예상을 뒤집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한파에 따른 대규모 정전사태는 낙후 인프라에 '경고장'

기후변화가 기반시설을 타격한 대표적 사례는 지난해 수도 워싱턴DC에서 발생한 '하수 역류 사태'이다.

워싱턴DC는 비가 많이 내려 배수관이 넘치면 빗물을 하수처리관에 넘기는 형태로 수도망이 구성돼있는데 작년 9월 약 75분 만에 50㎜가량 폭우가 갑작스럽게 쏟아지면서 하수가 역류해 수백 가구가 피해를 봤다.

워싱턴DC 수도망은 1800년대 말 만들어졌다.

미시간주(州)에서 작년 5월 500년만 대홍수가 발생해 댐 2곳이 붕괴하며 이재민이 수천 명 발생한 사태도 있었다.

미국 전역의 댐 9만개 가운데 다수도 수십 년 전 건설돼 수리가 필요한데 기후변화로 수리의 시급성이 더 커졌음을 보여주는 사태였다.

원자력발전소도 문제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가동 중인 미국 내 원전 60여개를 평가해보니 90%가 설계에 반영된 규모보다 큰 홍수를 맞닥뜨릴 위험이 있었다.

NYT에 따르면 해안가 범람원에 건설된 도로와 다리 약 9만6천㎞는 지금도 폭풍이나 허리케인에 취약하다고 평가받는다.

또 유독물질을 다루는 시설 2천500여곳은 연방정부가 지정한 상습침수구역에 위치했고 이 가운데 1천400곳은 홍수 위험이 매우 높은 곳에 있다.

폐기물처리지 1천500여곳 중 3분의 2는 폭풍, 홍수, 산불 또는 해수면 상승의 위험이 높은 곳에 조성돼있다.

기후변화가 기반시설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경고는 이전에도 나왔다.

미국 연방정부가 2018년 내놓은 '국가기후평가보고서'는 "적절한 대응이 없다면 기후변화는 기반시설 성능을 지속해서 떨어뜨릴 것이고 이는 경제와 국가안보, 필수서비스, 보건, 삶의 질 등에 연속해서 충격을 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올해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복귀하고 청정에너지 산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기후변화가 줄 타격'엔 덜 신경 쓴다는 비판을 받는다.

매사추세츠해양대 서맨사 몬타노 조교수는 "바이든 행정부 기후변화팀에 비상사태 대응 전문가가 부족한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라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반영하지 않는 절박한 상황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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