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년 지난 5·18 민주화운동, 떠나가는 주인공들…"기록 남겨야"
5·18 민주화운동이 발생한 지 41년이 지나면서 올해에만 4명의 핵심 인사가 세상을 떠나며 더 늦기 전에 5·18 주요 인사들에 대한 인물·사료집 구축 등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8일 5·18 관련 단체와 종교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가두방송으로 5·18에 참여한 전옥주 씨가 72세 나이로 별세했다.

전씨는 당시 가두방송을 통해 "광주 시민 여러분, 지금 우리 학생·시민들이 계엄군에게 맞아 죽어가고 있습니다.

즉시 도청 앞으로 모여 계엄군에 대항해 싸웁시다"고 호소하며 시위 참여를 독려했다.

계엄군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한 후유증으로 어려운 삶을 살았다.

전씨가 세상을 떠나기 하루 전엔 5·18 항쟁의 대표곡인 '님을 위한 행진곡'의 원작자인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생을 마감했다.

41년 지난 5·18 민주화운동, 떠나가는 주인공들…"기록 남겨야"
민주화운동과 통일 운동에 헌신한 백 소장은 민주화운동을 하다 투옥됐을 당시 '묏비나리' 제목의 장시를 지었는데, 이후 소설가 황석영 씨가 일부 문구를 빌려 가사를 쓰고, 김종률 작곡가가 곡을 붙여 '님을 위한 행진곡'이 탄생했다.

군사독재정권에 맞서고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는 데 헌신한 강신석 목사도 지난 5일 세상을 떠났다.

5·18민주화운동 직전인 1980년 5월 17일 예비검속으로 수배 명단에 포함됐지만, 서울로 상경해 선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독일 대사 등에게 5·18의 진실을 알렸다.

김영삼 정권 시절엔 5·18 특별법 제정을 위해 100만명 서명 운동을 벌여 역사상 처음으로 100만명 서명을 받아내는 데 역할을 하기도 했다.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고자 했던 정형달 바오로 신부도 지난달 16일 선종했다.

정 신부는 1980년 6월 광주대교구 사제단이 광주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알리고자 낸 '광주사태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직접 작성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5·18의 원인은 계엄군의 무자비한 탄압'이라고 밝히며 서슬 퍼런 군사정권 시절 광주의 진실을 알리다 옥고를 치렀다.

1985년엔 5·18 관련 천주교회의 활동을 책으로 엮은 '광주의거자료집'을 펴냈다.

41년 지난 5·18 민주화운동, 떠나가는 주인공들…"기록 남겨야"
5·18 관련 주요 인물들이 세월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들의 활동과 역할을 정리한 인물·사료집 구축 등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의 노력으로 당시 5·18에 참여한 시민들이 증언한 방대한 구술 자료집, 교육, 종교, 의료 등 개별 단위별 자료집이 발간되고 있지만 곳곳에 산재해 있어 시민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항쟁 지도부나 핵심 인사들에 대한 정리된 기록도 부족한 실정이다.

5·18 기념재단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곁을 떠나시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핵심 인사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기록을 영상으로 남기거나 자료를 만드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