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무죄판결 검토' 심포지엄 개최
6개 학회, 가습기살균제 무죄판결 비판…"대책위 구성하자"
환경·보건 분야 전문 연구자들로 구성된 6개 학회가 많은 피해자를 낸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등 가습기살균제 제조·유통 업체 관계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법원 판결을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대한예방의학회, 대한직업환경의학회, 한국역학회, 한국환경법학회, 한국환경보건학회, 환경독성보건학회 등 6개 학회는 17일 '가습기살균제 무죄 판결의 학술적 검토'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각 분야별 관점에서 판결의 한계를 지적했다.

정해관 대한예방의학회장은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건국 이래 최대 환경의료보건 재난"이라며 "이번 가습기살균제 1심 무죄판결은 민·형사적 책임 판단에 있어 과학적 논리와 결론에 대한 법적 판단이 적절치 못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형사 소송의 무죄추정 원칙을 환경 소송에도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기업이나 개인에 책임을 물릴 수 없다고 강조하며 "피해가 현저하고 광범위함을 고려할 때 피해자에 대한 책임은 사전 예방 원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훈 한국환경법학회장도 "환경문제에 있어서 '합리적 의심 없는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환경 피해에 대한 보호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판례가 이미 나온 바 있다"며 "1심 재판부가 환경·보건의료문제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고전적인 형사법적 증명에 매몰돼 있던 점에 아쉬움을 표한다"고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지난달 12일 동물실험 결과 가습기살균제 속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이 폐 질환을 유발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임원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향후 기업의 불법행위를 둘러싼 다툼에서 피해자들에 불리하고 기업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구정완 대한직업환경의학회장은 "과학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사실관계를 부정한 이번 판결이 앞으로 이어질 법정 다툼에서 피해자들에 불리하게 작용할 거란 우려가 든다"며 "과학적 근거에 대한 오독을 근거로 오판이 이뤄져 유감이며 연구자들은 이를 바로잡을 사회적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학계의 연대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임종한 환경독성보건학회 전 회장은 "이번 사건이 국민 건강을 훼손하는 어떤 기업의 불법행위도 용납될 수 없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며 6개 학회에 가습기살균제 피해 재판에 공동대응하는 대책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