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트위타워, 하청 근로자의 원청 점거를 용인하라는 법원
청소용역업체 근로자들이 자신들이 소속된 업체와 노사 갈등으로 파업을 벌이던 중 원청업체를 점거하더라도 이를 용인해야 한다는 지난해 9월 대법원 판결의 파장이 확대일로다. 청소용역업체 근로자들이 70세까지 정년을 보장해 달라며 LG트윈타워 로비를 점거 중인 가운데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19일 업무시간 중에는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는 취지의 가처분 결정을 내놨다.

주식회사 LG로부터 건물 관리 업무를 위탁받은 계열사 LG S&I코퍼레이션이 LG트윈타워에서 쟁의행위 중인 청소용역업체인 지수아이앤씨 소속 근로자들과 공공운수노조 간부들을 상대로 신청한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에서다.

결정문에 따르면 이들 근로자는 2019년 11월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한 후 소속 회사인 지수아이앤씨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주된 요구사항은 임금인상과 정년연장 등이다. 그 후 지수아이앤씨는 LG와 계약이 만료됐다며 이들 근로자에게 해고를 통보하자 20여 명의 근로자들은 LG트윈타워 로비를 점거하고 집회를 이어갔다. 심지어 건물 로비에서 취침까지 해 가며 쟁의행위를 벌이자 원청업체인 LG S&I코퍼레이션은 법원에 이를 금지해 달라는 취지의 가처분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원청업체 점거 파업을 용인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놨다. LG S&I가 이들 근로자의 직접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전후 과정을 살펴볼 때 노조법상 ‘쟁의행위와 관계없는 자’는 아니고, 용역업체 근로자들이 제공한 근로의 결과를 향유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노조법 제38조는 쟁의행위와 관계없는 자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방법으로 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조항이 용역계약을 체결한 원청업체에는 적용될 여지가 없다는 의미다.

이 같은 서울남부지법의 결정은 지난해 9월 한국수자원공사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의 법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당시 대법원은 수자원공사 건물을 점거한 용역업체 근로자들의 파업에 대해 이들 근로자의 근로를 향유하는 이상 쟁의행위를 수인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대법원의 판결 내용은 서울남부지법의 이번 결정과 일치한다. 앞으로 하청업체 근로자들은 소속 회사와 노사분쟁이 발생할 경우 일단 원청업체부터 점거해 사용자를 압박하는 전술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원청업체의 시설관리권과 재산권이 부당하게 침해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게다가 이번 사건은 원청업체가 관리를 위탁받은 시설을 점거한 경우다. 노동법 전문가들은 원하청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 확산할 거라고 지적한다.

한편 서울남부지법은 결정문에서 LG트윈타워 점거 농성 행위 가운데 저녁 8시부터 다음 날 아침 8시까지 업무시간 이후에 LG트윈타워에서 취침까지 해 가며 점거하는 행위는 ‘수인한도를 넘어서는’ 것으로 판단했다.

최종석 전문위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