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내내 윤석열과 불화 속 `지휘권·징계 무리수' 오점
수사권 조정·공수처 밑그림 완성…징벌적 손배제 등 성과도
'롤러코스터 1년' 추미애…검찰개혁 숙제 남기고 떠난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신임 법무부 장관으로 3선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내정하면서 지난 1월 2일 취임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물러나게 됐다.

추 장관이 지난 16일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힌 지 14일 만이다.

다만 추 장관은 후임인 박범계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장관직을 유지한다.

추 장관은 취임식에서부터 "검찰개혁은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됐다"며 검찰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제한하고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주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통과시켰고, 문재인 정부의 핵심 목표 중 하나였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할 수 있도록 공수처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소비자 피해에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일반화하고 증권 분야에 한정된 집단소송제를 전 분야로 확대 도입하는 등 민생 관련 입법 성과를 내기도 했다.

부모의 자녀 체벌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민법 개정안도 마련했다.

하지만 추 장관은 임기 내내 윤석열 검찰총장과 부딪히다 정권에 부담을 안긴 끝에 자리에서 물러나는 형국이다.

실제로 추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검찰 고위 간부급 인사를 앞두고 검찰 총장의 의견 청취 문제로 윤 총장과 충돌했다.

당시 윤 총장 측근으로 불리던 이들을 대거 '물갈이'하면서 갈등의 골이 더 커졌다.

두 사람의 갈등은 지난 7월 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을 둘러싸고 증폭돼 추 장관이 역대 두 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기에 이른다.

10월에는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 사건 등을 놓고 추 장관이 각종 감찰 지시와 2차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고, 11월엔 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 징계 청구와 직무집행 정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후 법원이 윤 총장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 효력중단 결정을 내리고, 전국의 일선 검사들이 징계 청구 철회를 호소했음에도 추 장관은 징계위 개최를 강행했다.

이 같은 '몰아붙이기식' 태도에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고 정권에까지 부담으로 작용하자 추 장관은 문 대통령에게 윤 총장의 징계를 제청하는 자리에서 사의를 밝혔다.

법원이 정직 처분을 중단하라며 다시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결과적으로 두 사람 간의 싸움에서 추 장관이 완패한 셈이 됐다.

추 장관은 윤 총장과의 갈등뿐 아니라 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한 거친 입담으로도 종종 구설에 올랐다.

그는 지난 7월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휴가 미복귀 의혹과 관련한 질문을 던지자 "소설을 쓰시네"라고 맞받았다가 회의를 파행시킨 적이 있다.

9월 21일에도 법사위에서 아들의 특혜 휴가 의혹 관련 질의가 쏟아지자 정회 직후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을 겨냥해 "저 사람은 검사 안 하길 참 잘했다.

죄 없는 사람 여럿 잡을 것 같다"고 말해 야당 의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추 장관은 정치인 출신답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취임 직후 이날 현재까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은 글과 영상을 포함해 모두 114건이다.

주로 검찰 개혁의 강한 의지와 언론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자신을 비판한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를 겨냥한 글을 올리거나 자택 앞 취재진의 사진을 촬영해 올려 '좌표 찍기'를 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연합뉴스